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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늘어지면 더 늘어진다

힘이 들수록 조아매야 한다. 퍼지고 늘어지면 더 늘어진다. 바지 고무줄도 너무 늘어지면 헐렁해서 못 입는다. 고무줄을 조아매거나 엘라스틱을 새로 갈아끼워야 안 흘러내린다. 엘라스틱은 신축성이 강하다. 신축성은 물체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성질이다. 탄성(彈性 Elasticity)은 튀는 성질이다. 용수철이나 고무줄처럼 탄성이 강한 물체는 모양이 변형 되었을 때 탄성 에너지를 가진다. 탄력이 있는 물체는 반응이 빠르고 힘이 넘친다. 고무줄을 너무 세게 당기면 끊어진다. 끊어져 원상태 복구가 안되기 전에 수리하고 다듬어야 한다.

지난 몇달 동안 생의 탄력이 빠지고 낡은 바지 고무줄처럼 늘어져 뭉개며 지냈다. 핑계는 끝이 없다. 이 핑계 저 핑계 여러가지 핑계대며 지내다보니 사는 게 무의미해지고 매사 시큰둥하고 무기력해져서 힘이 빠진다. 의욕이 감퇴되고 이 풍진 세상을 왜 사는가 싶어 우울해지며 사람 대하는 것조차 부질없이 느껴진다. 백수가 제일 바쁘다지만 실제로 무기력증은 백수한테서 많이 생긴다. 요즘 코로나 19로 사업을 접은 경영자나 직장에서 고삐 풀린 채 일자리를 잃거나 실업자로 전락해 백수 내지 반백수로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제한된 사회활동과 인간관계의 접촉이 고립돼 무기력 증세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괜히 심란하고 불안하며 사는 것보다 죽음에 더 신경 쓰이는 이 질환은 코로나가 선물한 총체적 신드롬이다. 무기력증(Lethargy)은 무기력감, 회의감, 피로감, 의욕 저하 등의 일련의 증세로 나타나고 만성화 되면 호르몬에 변화가 생겨 우울증으로 연결 된다. 좋은 습관을 기르고 몸을 많이 움직이며 적극적인 삶의 자세, 부지런한 태도가 무기력증을 이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게으름은 쇠붙이의 녹과 같다. 노동보다 더 심신을 소모한다’라고 했다.

무기력증에 빠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인생을 재미로 사는 사람이 몇이냐 묻겠지만 재미 없으면 살맛이 떨어진다. 돈 벌고 사업 늘리는 일, 사랑에 빠져 연애하느라 정신 없는 사람, 이웃 친구와 수다 떨며 맛난 음식 나눠먹고, 좋아하는 일에 빠져 몰두하는 사람, 하고 싶은 일에 전력투구하는 사람. 남을 위해 봉사하고 이웃 섬기는 사람들의 일상은 늘 활기차고 재미가 넘친다. 우리는 지금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피하고 이웃과 친구를 외면하는 인류 최대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 산다. 모두가 다 힘들어한다. 극소수 빼곤 살맛 떨어지기는 모두들 마찬가지다.



모두 힘드니까 이럴 때 일수록 힘내는 사람이 이긴다. 헐렁한 바지 고무줄 갈듯 늘어지고 쭈그러진 마음 갈아엎고 새로 다잡을 때다. 즐거운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 생의 기쁨과 탄력이 생긴다.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지루한 오후에는 나는 집안 청소를 한다. 시작은 싫지만 구석구석 닦다 보면 마음이 밝아진다. 달밤에 비단 옷 입고 재건체조 하는 것도 늘어진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이다. 무도회에 초청받을 때를 대비해 보통 때 아끼느라 안 입던 멋진 옷 꺼내 입고 신데렐라처럼 빗자루 들고 부엌 바닥 박박 쓸면 호박마차 타고 왕자님이 오실 지 모를 일이다. 아님, 텃밭에서 딴 싱싱한 호박에 새우젓 넣고 달달 볶아 먹으면 절로 살맛이 날 터. 탄성(嘆聲)을 지르며 생의 원기와 탄력을 만회하는 그 날까지, 몸도 마음도 영혼도 육체도 사랑하고 가꾸고 다듬고 안 늘어지게 잘 간수하기. (Q7 Fine Art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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