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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사람들] 시카고생활 반세기 훌쩍 강정희씨

“부지런하게 건강하게 즐겁게”

“손자, 손녀들을 데리고 겨울철에는 샌디애고에 자주 가죠. 바닷가이니까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사진 찍기가 좋아요.”

시카고 중앙일보 사진교실 수강생 강정희(사진)씨는 오크브룩에서만 50년 이상 거주하고 있다. 1960년 인디애나 퍼듀대학에 유학, 영양학 및 식품가공학을 공부했다. 졸업하면 다시 모교(이화여대)에 돌아가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남편 강수상(88) 박사와는 팔머하우스에서 열린 학회 미팅에서 만난 후 한인 감리교회에서 재회, 결국 1969년 결혼에 골인했다.

당시 차이나타운에서 만나 식사를 하던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에피소드 하나. 음식을 먹은 후 포츈 쿠키가 나왔는데 강수상씨의 메시지가 “Romance is in the picture….”였다. 강정희씨가 메시지를 달라고 했는데 강 박사는 자신이 간직해야 한다며 가져 갔다고.



사진 찍기를 즐기는 강 씨는 “이 시대 이 장소에서 살고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워요”라고 말한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경상남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다시 퍼듀대로 유학을 왔고 ‘자유•평등•사랑’을 실천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시대정신이 첨단 과학과 접목되는 시점에 서 있는 자체가 축복이라고 강조한다.

가끔은 좀 더 여유 있는 생활을 그려보기도 하지만 장학재단, 동창회, 소셜 서비스, 자선단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등등 해야 할 일들이 너무 산적해 있다고 한다.

시카고대 박사를 거쳐 러쉬 메디칼 센터를 마친 남편 강수상 박사는 유전병, 심장 질환 분야의 대가. “오늘도 네이퍼빌 실험실(Lab)에 혼자 가서 연구를 하고 계세요. 과학자로서 난 분이죠.”

한동안 골프와 테니스를 즐겼다는 강정희씨는 요즘엔 라인 댄스와 요가, 포크 댄스 등을 즐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우애 있게 지내는 시간이 소중하단다.

그는 딸 둘, 아들 한명과 손자 둘, 손녀 한명을 뒀다. 시간 나는대로 여행을 떠난다.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스, 크로아티아 등을 다닌 추억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그는 항상 부지런하게 건강하게 그리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반 세기를 훌쩍 넘긴 미국 생활이지만 “직장에서 일하는 분보다도 더 많이 일하고 있는 것 같다”는 그의 말이 의미 있게 전해온다.


James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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