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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구부러진 마음을 펴라

권대근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우리는 '세계'라고 말할 때 흔히 머리에 지구나 다른 별들, 나무, 사람, 꽃, 이런 것들을 떠올린다. 아니면 사람의 얼굴 모습이나 별빛, 꽃의 색깔, 이런 것들이 떠올린다. 이렇게 떠올리는 세계는 바로 명사와 형용사를 중심으로 생각한 세계다. 그런데 꽃이 피어나는 것, 지구가 도는 것, 나무가 자라는 것, 사람이 걸어가는 것, 눈이 오는 것, 한 잔의 차를 마시는 것, 이런 것들을 머리에 떠올리면 그것은 동사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동사 중심으로 세계를 생각할 때 우리는 세계를 사건들의 총체로 보고 있는 거다. 다시 말해서'thing'이 아니고 'event'로 보는 것이다. 이 인간 세계의 사건이라고 하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삶의 위기가 논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차를 통해 불안을 떨쳐낼 수 없을까.



신라시대에는 원효방에서 원효대사가 차를 마셨다는 기록을 이규보가 시에서 남겼고, 설총도 화왕계에서 차를 마셨다는 기록을 남겼다. 조선시대에는 우리나라의 다성인 초의선사가 차시를 남겼다. 이렇듯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니고 있는 차문화운동이야말로 소중한 우리 것을 찾는 또 다른 길 중의 하나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직도 자욱한 안개와 먼지 속에 가려져 박제된 전통문화에 숨결을 불어넣는, 다시 말해 삶에 있어서 ‘삿된’ 기운을 몰아내는 부채와 같은 것이 바로 다도문화를 꽃피우는 것이 아닐까. 차문화와 인문학은 언제나 함께 있어왔다. 인문학은 수원지 같은 것이고, 차문화는 수도꼭지 같은 것이 아닐까. 차는 만물을 살리는 물을 만나 그 조화로움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차는 물의 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라 했다. 차는 물을 만나 비로소 하나가 된다. 차의 길은 모든 종교와 철학과 예술을 관통한다는 측면에서 다도는 인문학이다라고 할 수 있다.





국제차예절교육원 정지연 원장은 ‘차는 특정한 계층만의 문화이거나, 일정한 형식이 반드시 수반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열린다도를 주창하고 있다. ‘신세대의 차생활은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고와 관념을 버리고 편안하게 마시는 한 잔의 차로 자신의 여유로움을 찾고, 가족을 생각하고, 친구를 <배려> 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과의 <소통> 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세계가 <하나로 통합> 되는 문화로 형성되어야 한다’는 정 원장의 주장은 차정신인 ‘사무사’정신로 통하며, 고운 최치원이 짓고 쓴 ‘진감선사 대공탑비’에 나오는 ‘수진오속’의 정신인 것이다. 이는 차가 인문학정신과 맞닿아있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인문학정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고지는 ‘소통’이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의 생활은 산업화 공업화 되면서 사람들의 정서가 점점 더 메마르고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요즘 신세대들이 즐겨 마시는 탄산음료는 정신적으로 <불안감> 을 더해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차생활은 현대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정지연 원장의 주장은 차를 마신만큼 선이 된다는 ‘다선일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면서 향기로운 차향을 닮은 사람을 그립게 한다. 일단 내 마음이 편안해야 된다. 소통도 타인을 위한 배려도 마음이 평정된 뒤의 문제가 아닌가. 이런 차원에서 우리 전통문화의 뿌리인 다도문화가 그 꽃을 활짝 피워나가야 하리라 믿는다. 오늘 <차와 인문학> 의 매칭이 이루어진 것 도 모두 대자연의 순리를 따라 살고자 하는 그런 다인의 다도정신이 피워낸 결실이리라 본다. 삶에서 불안이 사라진다면, <불안> 을 떼어놓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영혼까지 잠식시키는 불안, 불안의 원인과 그 극복 방법은 없을까? 모든 현대인은 불안을 가지고 있다. 불안은 그만한 이유가 다 있다. 문제는 불안의 정도다. ‣ 불안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안 되는데’하는 걱정에서 생긴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일어날 때, 뭐가 일어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면 불안은 없다. 불안의 미래의 것이다. 의식하든 안 하든 안 일어났으면 하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전쟁이 있다고 치자,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 불안하다. 남북 긴장 뉴스만 봐도 불안하고, 일어나든지 말든지 하면 전쟁이 나도 안 불안하다. 불안은 내가 세상을 통제하려고 하는 데서 생긴다. 불안을 없애려면, ‘내가 미약한 존재다.’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대상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내 반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 할 일을 하고, 일어나면 그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이제 그 놈의 불안을 제거해 보자. 힘들겠지만, <불안> 이 엄습해 오면 한 잔의 차를 앞에 놓고, 그 <불안> 이라는 놈을 노려보고, “그래 어디 함 해보자” 이렇게 맞서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에게 “난 문제 없어” 뇌한테 “불안을 치료하라.” 불안한테 “내 마음에서 나가라.”라고 명령하는 것이 어떨까? 다도하는 사람들의 몸과 동작은 자연스러움의 극치다. 다도는 마음이 혼란하거나 불안 할 때 안정되게 해주는 도구적 행위이다. 마음은 곧 정신을 좌우하고 행복의 지름길을 안내 해 준다고 생각한다. 평온하기 그지없고 자유롭기 그지없는 삶, 인생의 고행과 역경 속에서 자신을 찾고 행복을 찾는 길이 다도하는 생활이라고 말하고 싶다. 삿된 기운을 피하고자 하는 것도 ‘사무사’의 첫걸음이다. ‘삿된’ 기운을 퇴치하기 위해 전통에서 마음의 고운 결을 찾았듯이, 우리도 차 한 잔을 마시는 사건 속에서 ‘사무사’를 생각하면, 꾸부러진 마음결을 곱게 펼 수 있으리라.

프로필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수필가
대한민국 수필학 대한명인(제15-436호)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사편찬위원장
국제PEN클럽부산지역위원회 수석부회장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장
한국바다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수상
2016년 대한민국을 이끄는 혁신리더 대상 수상
평론집 <수필은 사기다> 외 14권
헌) 대신대학원대학교 문학언어치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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