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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 문학칼럼: 사랑하는 나의 여름 일 2018

콜로라도 덴버에서 초등학생을 위한 여름 학교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기

보조교사. 사실 나는 이 단어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조'라는 단어 빼고, 그냥 ‘교사’를 해 보면 참으로 멋드러지겠구나. 라는 마음이 뭉클 뭉클 들었지만, ‘첫 술에 배 부르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해 본다. 내가 이 여름 일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13년 미국에 들어옴. 2014년부터 우연히 장학금을 타게 되어, 초등 교육이라는 학부 전공을 시작하게 됨. 쉽지 않았으나 영작 및 영독을 하고 겨우 졸업함. 졸업 전 교생 실습과 인턴쉽을 거침. 이 과정을 통해 콜로라도 덴버 공립학교에서 다양한 교사들을 만나게 됨. 2017년 12월 졸업과 동시에 덴버 학군에서 대체 교사로 풀타임 일을 시작함. 올 해 1월부터 시작한 일이 방학이 되니 끝이 보임. 그리하여 다시 또 찾은 이 일이 바로 2018 여름 학교 프로그램이다.

이 일의 최고의 장점은 바로 낮에만 매일 4시간씩 일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만 생각한다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여름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학교 선정에 있어서 무조건 집과 가까운 공립 초등학교로 신청을 했다. 이 여름학교 프로그램에는 보조 교사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95% 와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보조 교사이다. 개강 전 트레이닝을 해서 참석했는데, 나의 주 업무는 대 여섯 명으로 이뤄진 다섯 개의 그룹에게 영어 기초를 가르치는 일이다. 덕분에 나도 잘 몰랐던 모음, 자음, 장음, 단음, 관련 단어들, 어떻게 Syllable을 나누는지 등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아이들에게도 훈련을 시켜준다.

이 일의 두 번째 장점은 일반 학기 중에서 느끼는 '25명' 다루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나는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63번이었다. 그 말은 우리 반에는 63명의 학생들이 있었다는 말이 된다. 나의 고등학교 선생님들께 존경을 표하고 싶다. 어찌 그 많은 아이들을 매일 매일 다루고 학습 분위기를 조성하셨는지요..... 학기 중에 대체 교사로 일 할 때는 거의 하루 종일 교실에서 한 말 중에 삼분의 이는 면학 분위기 조성Classroom Management 과 관련된 말들이었다. 그런데 여름 학교 프로그램에 들어온 아이들은 한 반에 20명을 넘지 않고, 나는 30분씩 그룹을 바꾼다. 그래서 한 번에 많아 봤자 여섯 명의 아이들만 다루기에 정말로 편안함을 만끽하고 있다. 또한 소그룹으로 진행을 하다 보니 아이들과 좀 더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6명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렴, 안 그러면 어떻게 된다. 그래도 말을 안 듣네? 등의 말을 하면서 애들을 다루는 것은 정말 학기 중에 비하면 무척이나 쉽다.

이 일의 세 번째 장점은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참 그들만의 순수함을 가끔씩 느끼게 된다는 것. 내가 매일 만나는 50명 남짓의 아이들은 대부분 사회 경제적으로 중 하층에 속한다. 내 나름대로는 아이들과 친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동물 모양의 크래커 과자를 매일 한 두 개씩 아이들에게 주는데, 한 아이 A는 입에 넣더니 우웩! 하면서 뱉어 버렸다. “It makes me throw up!” 사실 나도 교사이기 이전 인간인지라 내가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간식에 이렇게 격한 거부 반응을 보이니 나 역시 열 살 짜리 A에게 그다지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리고 며칠 이후 A는 더욱더 말을 안 듣고 반항했다. ‘그래도 너와 앞으로 6주는 같이 매일 얼굴 봐야 하는데......’ 이런 마음이 들자 그와 나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애를 썼다. A에게 조금 더 질문의 기회를 줬고, 대답을 제대로 할 때마다 조금은 과한 칭찬을 해 주면서 그의 마음이 돌아서 주기를 기대했고, 그 열 살이 된 마음은 쉽게 내게로 향해주었다. 사실 나는 이 한 명의 학생을 위해 또 다른 스낵을 사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은 안 사기로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상 주기의 일환인 스티커 주기로 대체했다.



관계가 많이 좋아진 A가 어느 날은 내게 이 말을 했다. "선생님, 내 가방에 그래햄 크래커가 있어요. 그거 선생님이 제게 준 건 아니지만, 그걸 선생님이 줬다고 생각 할래요!" 내가 주는 애니멀 크래커가 자기 몸에 맞지 않지만, 그래서 내 애니멀 크래커를 먹을 수 없지만, 대신 자신이 갖고 있는 그래햄 크래커를 먹으면서 내 생각을 해 주겠다는거...... 그 한마디에 감동을 물결 소리가 실제로 귀로 들려왔다. 아이들의 순수함, 꾸밈없는 표현이 이런 것인가를 느끼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보조교사’라는 명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경험을 쌓다 보면 내가 원하는 교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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