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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영웅본색 활용하기

북·미 정상회담 수싸움 이미 시작돼
남북 회담에서 ‘윈-윈’카드 궁리해야

지난 16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 설명회에 난데없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주인공은 경제부처 장관이 아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 앞서 구석의 볼턴을 가리키며 “그런데, 볼턴이 여기 와 있다. 우리는 바로 얼마 전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했다”고 말을 꺼내자 청중들이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낸 것이다. 시리아 공습 작전을 진두지휘한 볼턴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하지만 정작 눈길을 끈 건 그다음 이어진 트럼프의 발언.

“존, (박수갈채가) 굉장히 멋지다. 난 이 정도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약간 질투가 난다.” 청중에게선 웃음이 터졌다. “근데 여러분은 그게(시리아 공습 성공이) 전적으로 그(볼턴) 덕분이라고 생각하느냐. 이런, 그럼 그의 일자리가 끝나는 건데….” 볼턴이 자신보다 주목 받으면 국가안보보좌관 자리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농담조 이야기였다. 하지만 트럼프 말이 100% 농담이 아니란 건 워싱턴의 누구나 다 안다. “트럼프는 다른 이가 더 관심을 받으면 짜증을 낸다”는 ‘더 힐’의 분석은 이제 정설이다. 트럼프에게 주인공은 늘 자신이어야 한다.

트럼프의 이 같은 본능은 곧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자신이 ‘영웅’으로 부각될 수 있는 결과가 아니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시리아 공습도 북한을 향해 “제대로 된 카드를 내놓으라”는 메시지였을 수 있다.



트럼프로선 그동안 대북 정밀타격 작전으로 여겨졌던 ‘코피 작전’을 시리아를 향해 선보였다. 북한보다 우수한 방공망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가 미국의 100발 넘는 미사일을 단 한 발도 격추하지 못하는 현실을 김정은에게 보란 듯이 과시했다.

다만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공격당할 것”이란 트럼프의 메시지에 김정은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다. “아, 무슨 한이 있어도 미국과 (북·미 회담에서) 합의를 해야겠구나”란 생각을 했을 수 있지만, 역으로 “핵을 포기하면 나도 저 꼴 나겠구나”란 확신을 굳혔을 수 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담당 국장은 “김정은은 ‘시리아의 알아사드가 핵무기를 가졌더라면 미국이 공습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게 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즉 이번 시리아 공습이 오히려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해선 안 되겠다는 빌미를 줬다는 것이다. 시리아에 쏟아진 100발의 미사일을 보며 리비아의 카다피와 이라크 후세인의 처참한 말로를 떠올렸을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예단을 불허하는 살얼음판이다.

이미 북·미 정상회담의 치열한 수싸움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김정은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현재의 ‘유화 국면’ 로드맵을 구상했다”고 귀띔했다. 평창올림픽 참가→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하는 시나리오다. 단 딱 하나,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의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 수용이다. 적어도 몇 달은 두고 결정할 줄 알았는데 당일 발표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중국 방문도 그래서 나왔다. 트럼프나 김정은이나 이미 서로가 서로의 변칙과 예측 불능을 두려워하는 상대가 된 셈이다.

9일 앞으로 다가올 남북 정상회담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우리로선 트럼프·김정은 양측이 모두 “주인공은 나!”라고 뽐낼 수 있는 카드들을 마련해 제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 의외로 그 돌파구는 트럼프가 가장 눈독 들이고, 김정은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북한 경제 개발에 있을 수 있다.


김현기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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