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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눈]‘직무 정지’가 아니라 ‘존재 부정(否定)’이다

박세용 편집국장
박세용 편집국장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3/24 13:17

재판정에 돌아온 로버트 스미스 판사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20일 열린 워싱턴한인연합회 관련 민사 공판. 재판이 시작되자 마자 판사는 재선거 실시를 통한 양측의 합의를 종용하며 휴정했다. 그러나 양측 변호사가 공들여 준비한 합의안을 폴라 박씨가 즉각적으로 거절한 것이다. 4만 달러의 후보자 등록금을 법원에 공탁한다는 조항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다.

자리에 다시 앉은 판사는 양측 주장을 인내심 있게 경청했다. 증인도, 통역도 대동하지 않고 변호사와 단 둘이 재판정에 선 폴라 박 측의 이야기도 최대한 귀기울여 들었다.

증인 심문 과정에서 챕 피터슨 변호사는 폴라 박 씨에게 “당신이 워싱턴 한인연합회 회장인가?”라고 질문했다. 박 씨는 고심하다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예”라고 대답했다면 판사가 지난 11월 재판 당시 “양측의 합의하에 공정하게 선거를 진행하라”고 명령했던 바에 위배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양 측의 증언 이후 행동중지(TRO) 재판의 핵심은 “피고의 행위가 한인연합회와 지역사회에 해악(Harm)을 끼쳤느냐”의 여부로 좁혀졌다. 워싱턴 한인연합회 챕 피터슨 변호사는 “한인연합회의 70년 명성이 추락했고, 수차례 문을 부수고 침입해 업무 및 재산상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폴라 박 측 변호사는 “피고의 행동이 원고 측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하지 않았으므로 TRO를 걸 수 없다”는 등 무성의한 논리로 방어했다.

양 측의 변론을 들은 후 스미스 판사는 15분 후 판결하겠다고 했다. 시간은 이미 정오를 넘어섰다. 통상적이라면 점심식사 후 속개했겠지만, 그럴 만한 사안도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재판정에 돌아온 판사는 폴라 박 씨의 행동정지를 명령했다. “피고는 양 측이 합의하에 선거를 실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해 스스로를 회장이라고 부르며 다녔다”면서 “이 과정에서 한인사회의 혼란은 물론, 경찰이 출동하는 사회적 해악(harm)을 끼쳤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날의 TRO 명령을 ‘업무정지’나 ‘회장 직무 정지’라고 단순 해석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판사는 양측의 합의없이 실시한 폴라 박 씨의 단독 회장선거 및 총회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폴라 박의 회장 직과 그가 임명한 임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적인 해석으로 귀결된다. 폴라 박의 한인연합회가 공식적으로 ‘가짜’로 판명된 것이다.

판사는 6월3일 정식재판이 실시되기 전까지 선거를 실시해 사태를 마무리하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폴라 박은 양측 변호사가 함께 제시한 재선거 실시 합의안을 거절한 상태다. 법원은 앞으로 있을 40대 워싱턴한인연합회장 선거를 지난해 11월에 실시되려던 당시 선거의 연장선상으로 판단해, 김영천-폴라 박 두 후보 이외에는 다른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해답이 나와야 할 지, 워싱턴한인연합회 박을구 회장대행 이하 임원들은 바르게 판단해 강력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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