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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Virginia is For Lovers 50주년, 빨리 떠나세요!

베이비부머 저항을 사랑으로 바꾼 위대한 슬로건

버지니아를 대표하는 슬로건 ‘Virginia is For Lovers(버지니아는 연인을 위한 곳)’가 제정 50주년을 맞아 여러 형태의 아기자기한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 슬로건은 메디슨 애비뉴 광고 대상 등 숱한 브랜드 평가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버지니아를 떠올릴 때 함께 연상되는 문장이기도 하다.

이 슬로건이 매우 간단한 단문에 불과하지만, 알듯모를듯한 버지니아의 이미지를 보다 명징하게 설명하고 버지니아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역사적 상징성까지 더해진다면 보다 명확한 이해가 가능해진다.

이 슬로건은 버지니아 관광공사(VTC)의 전신인 버지니아 여행서비스국(VSTS)이 지난 1969년 처음 만들었다.

VSTS는 버지니아 리치몬드에 위치한 광고회사 ‘마틴 앤 울츠 Inc.’에서 일하는 카피라이터 ‘로빈 맥라힌’을 일주일에 100달러에 고용하고 2주일만에 이 슬로건을 만들었다.


1969년은 미국 역사상 가장 극성스러운 청춘들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던 시기였다.
2차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지금도 미국인구 중 가장 많은 인구계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당시 베이비부머 중 ‘히피(Yippie)족’은 베트남전 참전 거부운동을 시작으로 마약을 공개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모든 권위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펼쳐나갔었다.

히피족은 요란하게 치장한 낡은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전국을 유랑하며 동시대의 고민을 함께 나누었는데, 차량 앞에 평화를 상징하는 심볼을 큼지막하게 그려놓은 모습은 너무도 유명하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1969년 'Virginia is For Lovers' 슬로건의 등장과 함께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던 베이비부머가 사랑을 찾더니 갑자기 얌전해졌다.
그들은 저항의 연대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여행의 즐거움을 깨우친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대공황 극복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 국립공원을 만들었지만, 열병에 걸려 방황하던 베이비부머 세대야 말로 미국의 관광자원을 처음으로 향유한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했으며 진짜 사랑의 가치를 깨달아갔던 것이다.
히피족은 도심에서 살아가는 고소득 화이트칼라 계층인 ‘여피(Yuppie)족’으로 탈바꿈하면서 현대 미국사회를 형성한 일등공신이 됐다.

1969년은 미국식 사랑을 재발견한 해로 기억되기도 한다. 에릭 시걸의 소설 ‘러브 스토리’가 이때 나왔다. 눈밭을 뒹굴던 올리버와 제니의 눈물겨운 사랑이야기 속에 ‘사랑이란, 미안하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거야(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같은 간지러운 말에 베이비부머는 방랑을 멈추고 연인과 함께 사랑을 찾아가는 구도여행자가 됐다.

30만명 이상의 젊은이가 우드스탁 허허벌판에 모여 격정을 토로하던 때도 1969년이었다. 백발이 성성한 미국 노인들이 왜 굳이 휴게소의 대형 슬로건 글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이 슬로건이 들어간 자동차 번호판을 선호하는지 어렴풋하게 짐작이 간다.

통계는 찾을 길 없지만 1969년과 1970년 사이 이민온 한인 올드타이머들이 많다.
미국인들은 딱 50년전 아폴로 11호가 달나라를 갔던 사건을 뒤로 하고 미국인들은 미친듯이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고 연인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개인적 사랑의 시대를 열어갔다.

한인 올드타이머들은 1969년 삼선개헌 이후 미국이민이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미국에 쫓기듯 이민와서 그들이 처음 마주했던 미국사회가 온통 사랑놀음에 빠져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어했던 한인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고생 끝에 이룬 ‘낙’이 노인아파트의 안락함 정도라면 후회가 밀려들 수밖에 없다.

미국에 이민온지 40년만에 첫 여행지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다녀온 글렌버니의 세탁소 할머니를 응원한다. 이 할머니가 빨리 서부도 가고 캔쿤도 가고 유람선 타고 카리브해도 돌고 유럽도 한바퀴 돌아오길 기원한다. 이 할머니가 계단을 오르지 못할 정도로 무릎연골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옥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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