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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틱 가구와 종이신문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4/08 13:44

by montic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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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만난 부동산 업계 지인의 말이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는 간편한 조립식 가구를 좋아한다. 이사할 때 조심해서 옮기는 명품가구는 드물어졌다”고 말했다. 흠이 나거나 고장나면 버릴 생각으로 이케아 제품이나 아마존 상품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지인의 설명대로 조립 가구는 장점도 많다. 그렇다고 명품가구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계속 존재한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고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유행하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앤틱한 매력은 계속 빛을 발한다. 명품이라 더욱 조심해야 하고, 고장나면 전문가를 불러 수리비를 써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꾸준히 사는 사람이 있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요즘 누가 신문 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페이스북 등 SNS로 정보를 얻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럴 수도 있다. 조립가구처럼 SNS는 큰 흐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신문을 대체할 수 없다. 매일 아침 집 앞에서 들고오는 신문, 커피 마시며 지면을 넘길 때 느끼는 행복감은 신문만의 매력이다. 지면 인터뷰를 장식한 인물의 주옥같은 언어. 큼직한 지면에 올라온 가지런한 활자들과 빛나는 사진들이 어울려 내뿜는 감성의 집중력. 신문 전체가 전하는 지구촌 트렌드와 지역사회의 흐름. 정제된 정보. 분석과 전망.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오피니언들의 시각은 인간만 갖고 있는 지성을 더욱 날카롭게 한다.

SNS는 공짜지만, 신문과 친해지려면 수고와 비용이 발생한다. 독자는 아침 일찍 운전해 가판대에서 신문을 가져와야 한다. 집에서 받아보는 독자는 배달료를 지불한다. 사업하는 분들은 지면 광고를 위해 비용을 집행해야 한다.

그렇지만, 따져보면 얻는 게 더 많다. 하루 신문이 만들어지기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수많은 기자들이 움직인다. 기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경청하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정제해서 글을 쓴다. 화재 등 사건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과학·의학 전문가들과 만나 학생 때 배웠던 교과서를 떠올리며 다시 공부한다.

기자는 중립적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취재원과 가까이하면서도 거리를 둔다. 촌지는 단번에 거절한다. 기자는 이 커뮤니티가 당면한 과제가 무엇일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취재원을 찾아 나선다.

광고면을 만드는 사원들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광고주를 찾아낸다. 광고주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도와줄까? 자신의 비즈니스처럼 고민하며 퇴근한다. 디자이너들은 중세 화가들의 예술작품을 찾아 공부하면서, 더 나은 신문을 만들기 위한 창의성을 다지고 발휘한다. 인쇄소에서는 잉크와 땀 냄새가 섞여 난다. 새벽을 깨우는 독자들을 생각하며 배달사원들은 어두움 속에서 조심조심 운전한다. 10여 년 전, 우리 팀에서 1개월 인턴을 마친 의대생의 소감이 기억난다. “신문 직접 만들어 보니, 신문 깔고 라면 못 먹겠어요”, “환자 보는 일도 소중하지만 의학 기자 지원서 제출할래요”

글 쓰는 오늘(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한말 기울어가는 국운을 바로잡고 민족을 개화해 자주독립 민권의 기틀을 확립하고자 생긴 서재필 선생의 ‘독립신문’을 기리고, 그 이념을 본받기 위해 제정됐다. 자본주의 국가 미국에서 한국문화와 동포애를 지켜내고 있는 한인신문도 더욱 근본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인들도 신문의 가치를 더욱 깊게 생각해 주시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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