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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진단> 김영종(발행인)

'새우깡 생쥐머리'… 겁 먹을 건 없지만

최근들어 또 식품파동이 무슨 유행처럼 잇달아 터지고 있다.

농심 스낵류의 최고 브랜드인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가 나왔다는 고발이 접수되면서 소비자 단체들이 길길이 날뛰고, 언론들은 벌집 쑤신 듯 들끓더니, 불똥이 덴버 한인타운 대표 소매점인 H마트, M마트까지 튀었다.
'어느 마트는 문제의 새우깡을 전량 수거했는데, 다른 마트는 수거하지 않고있다'는등의 보도가 나가자 한쪽은 '쾌재'를 부르고 다른 한쪽은 울그락불그락,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발끈'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곧이어 "참치캔에서 칼날이 나왔다" "단팥빵에서 지렁이가 나왔다"는 뉴스가 뜨더니 이번에는 "떡갈비에서 애벌레가 나왔다"에 이르기까지 얼핏 섬찟한 고발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비자들은 이같은 소식에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매번 누군가에 의해 작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뒷말들이 무성한 가운데, 어김없이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나곤 한것이 식품파동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70년대 중반 삼립빵에서 구더기가 나왔다는 언론보도는 당시로선 가히 메가톤 급이었다.
배고팠던 시절 구멍가게에 진열돼 있던 빵들이 온통 트럭으로 실려가 난지도 쓰레기장에 버려졌다.
그러나 "제빵업계가 신문사,방속국에 광고를 안내자, '언제라도 나올 수 있는' 겨우 구더기 한마리 나온걸 '안 봐주고' 대서특필 해댔다"는 소문이 나돈후 불과 열흘남짓만에 삼립빵 파동은 자취를 감췄다.

비슷한 시기, 초등학교 주변에 "왔다껌 먹고 갔다"는 소문이 어린이들 사이에 공포의 대상으로 파다하게 번지면서, 생산업체인 롯데제과가 치명타를 입은 적이 있었는데, 이 역시 경쟁사인 해태가 만들어 냈다는 뒷말과 함께 슬며시 꼬리를 감췄다.

88올림픽을 앞두고 '개고기 브류셀라 균' 파동이 일어났다.
브류셀라 균은 끓여도 죽지않는다는 정부당국의 발표에 보신탕집은 손님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고, 개 사육농가의 개값이 그야말로 '개값'이 된 적이 있다.
영국왕립 동물학대 방지협의회(RSPCA)가 "개고기를 먹는 나라에 올림픽 참가를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짱을 놓는 바람에 불거졌다가 올림픽 폐막과 함께 언제 그랬냐는듯 홀연히 사라진 해프닝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기생충알 김치파동'과 '쓰레기 만두속' 파동이 5000만 한국시장은 물론 700만 해외동포 사회까지 발칵 뒤집어 놨다.
이 역시 원인규명도 제대로 않된 채 불과 보름남짓만에 소비자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졌다.

식품파동은 이렇듯 바람처럼 지나간다는 점이 특징이지만 문제는 생산업체와 소매점, 특히 대형마트에 엄청난 타격을 남겨준다는 점이다.
1989년가을에 터진 '삼양라면 우지파동'이 그 압권이다.

'라면을 공업용 쇠기름으로 튀긴다'는 익명의 투서 한장이 검찰에 접수되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우리가 그렇게 즐겨 먹어온 라면에 공업용을 넣다니"하는 서민들의 분노가 겹치면서 온 나라를 순식간에 식품공황에 휩싸이게 했다.

"쇠뼈는 식용으로 분류하지 않는 서구의 기준 때문이지,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사골,우족,곰탕은 몽땅 공업용이냐?" 는 삼양측 항변은 묻혀버린채, 고위간부가 줄줄이 구속되고, 100억원대의 아까운 라면제품이 수거,폐기 처분됐다.

우지보다 값싼 팜유를 사용하느라 맛을 못 따라가는 '타 라면회사의 투서', 젊은 검사의 '직선적 정의감', 그리고 '비전문적인 언론'이 마구 쏟아낸 실로 어처구니 없는 파동이었다는 점이 1997년 대법원의 무죄판결로 밝혀지긴 했지만, 삼양은 농심에게 업계1위 자리를 '영구히' 내주고 2008년 지금까지도 허덕이고 있다.

 한편, 과거 정부가 골치아픈 문제가 터졌을 때 국민의 관심을 딴쪽으로 돌리려고 쓰던 '꼼수'중 하나가 인기연예인과 방송국 연예프로듀서 '묶어서 때려잡기' 였다는 것은 아는 이는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불량식품 정부발표의 위력은 이 보다 한수 위다.

그러다보니 돈을 뜯어내기 위한 허위고발 사례도 종종 등장한다.
최근 전라도 광주에서 단팥빵에서 지렁이가 나왔다고 고발한 사람에 대해 검찰이 허위고발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식품파동이 진위여부를 떠나 소비자에게 매번 '엄청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생산업체나 대형마트는 좀 더 조심하고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생산 판매업체는 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와함께 행여라도 사소한 여론이 불거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 여론화 하면 해당 생산업체와 자신이 일하는 대형마트에 막대한 손실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까지도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불신의 골을 깊이 파놓고 떠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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