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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의 기적처럼 U - 20 신화 쓰자" 입 맞춘 두 남자

대표팀 수비수 정태욱·이상민
경기 중 뇌진탕 때 생명 살린 인연

인공호흡 했다 안했다 유쾌한 논란
최진철·홍명보 닮았다는 태욱·상민


지난 3월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과 잠비아의 경기. 후반 35분 중앙수비수 정태욱(20·아주대)이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다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옆에 있던 팀 동료 이상민(19·숭실대)이 쏜살같이 달려가 정태욱의 입을 열고 기도를 확보했다. 이상민의 침착한 응급조치 덕분에 정태욱은 목숨을 건졌다. 이상민은 이 공로로 지난달 3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10초의 기적'이라 불리는 뇌진탕 사고 때 특별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20일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 한국대표로 나란히 출전한다. 지난 15일 경기도 파주에서 만난 이상민은 "당시 태욱이가 기절한 상태였다. '의식이 없을 때 혀가 기도를 막으면 큰일 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 태욱이의 입부터 열었다. 태욱이가 본능적으로 이를 악물어 (입을 여느라) 내 손이 퉁퉁 부어올랐다"고 말했다. 정태욱은 "헤딩을 한 이후 기억이 없다. 눈을 떠보니 구급차에 타고 있었다. 뒤늦게 인터넷 영상을 보고 상민이가 날 구해준 걸 알았다"고 했다.

지난해 1월 대표팀 소집 때 처음 만난 두 선수는 티격태격하며 단짝이 됐다. 정태욱은 현재 룸메이트인 이상민을 애칭 '룰라'라 부르고, 이상민은 정태욱을 '짝대기'라 부른다. '룰라'는 이상민과 동명이인인 가수 이상민이 몸담았던 그룹명이다. '짝대기'는 키 1m95cm의 장신 정태욱의 별명이다. 정태욱은 "생명의 은인 상민이에게 고기 10인분 이상을 사줬다. 그런데 상민이가 장관상 상금을 꽤 받은 걸로 아는데 입을 싹 닦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상민은 "그 상금은 온전히 내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상민은 "당시 인공호흡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계카메라 각도 탓인지 태욱이와 입을 맞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정태욱에게 "만약 이상민이 쓰러져 인공호흡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하겠냐" 고 물었더니 "깊이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며 씩 웃은 뒤 "농담이다. 당연히 뭐든 다 할 수 있다. 상민이 덕분에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정태욱은 충돌 당시 경추 미세골절로 전치 6주 판정을 받았다. 이상민은 소셜미디어에 정태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내 말 잘들어라 # 빨리나아라 #평생 # 우려먹을거야'란 해시태그를 달았다. 부상에서 돌아온 정태욱은 이상민과 함께 20세 이하 대표팀의 수비를 이끌고 있다.

신태용(47) U-20 대표팀 감독은 "'10초의 기적'은 우리의 팀워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원 팀'으로 똘똘 뭉쳐 2002년에 이어 또 한 번의 기적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수비를 맡았던 최진철(46)-홍명보(48)-김태영(47)은 철벽수비를 펼치며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정태욱은 "당시 다섯 살이었다. 2002년 경기 영상은 나중에 커서 하이라이트로 봤다"고 말했다. 이상민은 "태욱이는 최진철(1m87cm) 선배님을 떠올리게 한다. 키에 비해 움직임이 빠르고, 궂은 일을 도맡는 파이터형 수비수"라고 말했다. 정태욱은 "주장 상민이는 홍명보 선배님처럼 리더십이 뛰어나다. 때론 얄미울 정도로 영리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선배님들이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기셨다. 우리도 4강 신화 재현을 위해 죽기살기로 뛰겠다. 조별 예선 3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쳐 조1위로 16강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태욱과 이상민은 서로에게 진심을 담은 한 마디를 건넸다. "상민아! 네가 구해준 목숨, 국가를 위해 쓸게." "태욱아! 이렇게 큰 무대에 너와 함께 설 수 있어 행복하다."


파주=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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