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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아이를 키워보면 나이에 맞춰 백신접종을 한다. 허벅지에 주삿바늘이 꽂히고 아이가 우는 걸 보면 부모는 안타까운 맘이 든다. 하지만, 백신을 맞아야 아이도 건강하고 주변에도 해를 끼치지않기 때문에 백신은 당연히 맞는 거라고 모든 부모가 생각하고 있다면 착각이다.

흥미롭게도 백신이 아이들의 주의력 결핍증(정도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을 유발한다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비과학적인 음모론을 믿는 부모들이 주변에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의력 결핍증 자녀를 둔 부모에겐 왜 내 아이가 이럴지에 대한 원인을 알고 싶은 갈증이 끓어오르고 백신책임론은 그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놀랍게도 많은 고학력 부모가 이 설을 믿는다. 정치적으로도 보수와 진보 양 진영에 걸쳐 나름대로 이유를 들며 백신접종을 거부한다. 이미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 음모론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공립학교 아이들의 백신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 됐다고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기독교에서 예수에 대한 신앙도 마찬가지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이런 음모론은 세상에 너무 많다. 지구온난화 예기가 나온 지 꽤 됐지만 지구온난화 자체가 음모론이라며 이를 환경론자들의 음모라고 몰기도 한다. 특히 공화당과 보수층 상당수는 지구온난화를 음모론으로 보고 있고 트럼프가 관련 세계 조약에서 미국의 탈퇴를 결정했을 정도다. 음모론은 들어보면 황당하면서도 그럴듯하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세계를 지배하려는 프리메이슨 음모론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끼어들 갈 정도다.



히틀러는 2차대전 막바지 베를린에서 자살한 게 아니고 비행기를 타고 남미로 탈출해 60년대까지 살다 죽었더라, 엘비스 프레슬리는 죽지 않고 신분을 숨기고 햄버거 가게에서 일했다, 실제로 아폴로호가 달에 간 게 아니고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찍었다, 케네디 대통령은 적이 너무 많아 그 음모론은 한두 가지 아니다. 심지어 9·11테러는 미국의 자작극이다, 빈 라덴은 사살되지 않았다 등 미국도 수없이 많은 음모론이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폭파시킨 김현희가 남한의 자작극이다, 육영수 여사는 문세광의 단독범행이 아니다, 박정희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는 CIA의 지시를 받았다든지 하는 수많은 음모론이 여전히 위력을 떨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기 땐 무당 얘기부터 시작해서 세월호를 인신공양을 위해 일부러 수장시켰느니 하는 황당한 설들이 퍼져나갔다. 세계적인 음모론을 하나 더 들자면 지구는 둥그렇지 않고 실제는 사각형인데 나사가 이를 조작하고 있다는 건데 주변엔 실제 이것을 믿는 지인이 있다.

열광적 팬(?)들을 갖고 있는 음모론의 특징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하는 설들을 풀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21세기 정보공유수단인 유튜브는 이런 음모론을 더욱더 사실에 가깝게 포장하고 급속도로 전파한다.

음모론을 믿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안에 이를 믿고 싶어하는 맘이 있기 때문이다. 천안함이 미군 함정하고 부딪혔다는 음모론은 안 믿으면서 북한군 특수군 600 명이 침투했다는 설을 믿는 건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결국, 인간의 뇌는 이런 음모론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우리 쪽의 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배심원 재판에서 이길 거라고 확신을 해도 이런 인간의 뇌 때문에 재판 결과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배심원 재판을 '럭비공'이라 부르기도 한다. 객관적인 증거가 눈앞에 있더라도 배심원 개개인은 눈에 보이는 증거를 놓고도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기 때문이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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