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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라면 유학생’ 보도, 그 후

# “가능하면 우리집 남는 방이라도 내주고 싶어요. 그게 가능할까요?”

전화 목소리엔 머뭇거림이 담겼다. 돕겠다는 뜻이지만 되레 미안한 기색이다.

오렌지 카운티에 산다는 이 독자는 렌트비 때문에 고생하는 유학생에 머물 곳을 내주고 싶어했다.

# 며칠 동안 괜히 바빴다. 여기저기서 연락도 잦았다. "연결시켜달라.” “뭘하면 되겠냐.” 묻고, 또 묻는다.



라면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는 유학생 기사를 보도한 뒤다. 그들을 돕는 식당 업주 강씨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보통 하루 이틀이면 사그러든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벌써 며칠째 끊이지 않는다.

어딘지 사는 곳도 모른다.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이들도 있다. 오직 도와야겠다는 마음에 수화기부터 들었단다.

‘한인’ ‘유학생’ 그런 글자들이 눈에 밟혔으리라.

# 누군가는 남몰래 강씨의 가게를 찾아와 100달러를 놓고 갔다. 누군가는 다짜고짜 돈부터 보내겠다며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는 가게 위치를 물었다. 장을 한 바구니 봤는데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지면에 다 담지 못한 마음들이 여럿이다.

강씨는 많은 도움의 손길에 후원금 수혜자를 애초 5명에서 16명까지 늘리기로했다.

후원자들은 그저 저들의 딱한 사정에 눈물이 앞선다고 했다. 마음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며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넉넉한 사정들도 아니다. 후원자 중에는 작은 비즈니스에 적자 부담까지 안고 있는 업주들도 있었다.

거리는 문제도 아니다. 수천 마일 떨어진 과테말라부터 조지아, 콜로라도 등지에서도 도움을 자처했다.

# 도대체 이런 마음의 정체는 뭘까. 영어, 불어 사전을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길 없다. 번역기를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100% 일치하는 단어는 어디도 없다. 오로지 우리말로만 표현이 된다. 바로 ‘정(情)'이다.

아무리 멀어도, 아무리 팍팍해도, 아무리 어지러운 세상에도. 그래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 그게 새삼스러운 며칠이었다.


장수아 사회부 기자 jang.sua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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