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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어떻게 가르치나

상위 0.1% 부자들의 자녀 교육 문제
어디까지 도와줘야하는지 딜레마
특정 부류 사람만 알게되는 단점
막상 자녀 진학에 사립학교 선택

아주 부유한 부모는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 모든 것을 다해주기 쉽다. 몸에 좋은 음식만 먹이고, 어릴 때는 가장 좋은 보모를 붙여주기도 한다. 또 좋은 선생을 모셔 가르치고,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에 경쟁이 치열해 다른 친구들은 꿈도 꿀 수 없는 곳에 없는 자리를 만들어 무급 인턴을 하게 해주는 등 소중한 경험도 하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상위 0.1%의 부모들에게도 고민이 있다. "자녀 교육에 정답은 없다"는 명제를 온라인 전문 매체 애언이 살펴봤다. 굳이 대단한 부자가 아니어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어디까지 도와줘야 하나

누구나 수긍하겠지만 돈이 많은 학부모도 당연히 걱정이 있다. 자녀에게 좋은 것을 누리게 해주지만 이것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어떻게 가르치느냐다.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무슨 배부른 고민이냐고 따지겠지만 부유한 학부모들은 모두 자신의 자녀가 '다 가진 아이'로 자랄까봐 두려워한다고 온라인 전문매체 애언의 에디터 매리너 벤저민은 설명했다.



이들이 고민하는 '모두 가진 아이'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전한다. 게으르고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으며 욕심이 많고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스스로 쉽게 만족하는 것을 뜻한다.

부자 학부모들은 어떻게든 자녀를 현실감을 잃지 않는, 평범한 아이로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부모는 없지만, 물질적으로 사실상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줄 수 있는 재력이 있는 부모에게는 아이를 똑바로 키우는 게 쉽지 않다.

미국에서 부유한 학부모는 대개 상류층을 말하는데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WASP) 가운데서도 원래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재산을 물려받은 이들이다.

이들은 이제까지 물려받은 재산으로 평생을 풍족하게 살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을 불리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이 보통 사람보다 더 나은 부류에 속하는, 더 높은 사람이라는 시각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살았다. 자녀들은 엘리트 사립학교에 보냈고, 거기서 친분을 쌓아 끼리끼리 결혼해 상류층끼리의 결속을 다졌다.

그런데 최근 몇십 년 사이 이러한 '끼리끼리 상류층 문화'는 점점 균열되기 시작했고, 사회적으로도 배척되고 있다.

특히 금융계를 중심으로 일해서 많은 돈을 번 '신흥 상류층'이 등장했다. 이들은 숫자도 많았지만, 배경도 다양했다. 이는 결국 기존에 경쟁이 없던 분야에도 경쟁을 촉발했고 특히 좋은 명문대학교에 입학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더군다나 이제는 대신 부자들 자신이 특권을 누려도 된다는 능력을 열심히 일해서 입증해내야 한다. 동시에 부유한 사람을 욕심 많고 게으르며 아는 것 없이 천박하고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그리는 대중문화가 퍼졌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부자를 향한 윤리적 잣대도 더 엄격해졌다. 부자들도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자녀들이 지금 누리는 걸 감사히 받아들이면서 잘 자라서 근면.성실하며 상식적인 소비자가 될 것인가의 문제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평범하게, 여느 아이들처럼 키우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동시에 부모들은 자녀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고 이어 사회생활을 할 때도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결국, 얼마만큼, 어디까지 뒷바라지를 해주느냐와 어디쯤에서 선을 긋고 절제를 가르치느냐는 일종의 딜레마다.

#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 알게 되잖아

자녀를 어느 학교에 보낼지를 포함해 교육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특히 이런 딜레마는 더욱 눈에 띈다.

많은 부모가 원칙적으로는 공교육이 잘 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막상 학생 수도 많고 예체능 방과 후 활동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좋은 대학교에 가기에 아무래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공립학교에 자기 자녀를 보내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학부모가 많다.

특히 중산층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사립학교 등록금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부자들은 더욱 고민이 된다. 하지만 사립학교에 보내기도 한편으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자녀들이 자기와 비슷한 극소수의 부잣집 아이들하고만 어울리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왜곡되지 않기가 어렵다는 것을 안다.

#맞는 직업이 있을까

돈을 벌고 사는 데 필요한 노동, 즉 일자리도 부모를 진퇴양난에 빠트리는 문제다. 모든 부모는 자녀가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기대한다.

어떤 부모는 어려서부터 원하는 것을 다 누리며 자란 아이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커서 오히려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걱정하기도 한다.

5000만 달러가 넘는 자산가도 아이들이 돈만 많지만 무능하기 짝이 없는 '게으른 잉여 인간'으로 자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전한다.

부모들은 또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어 돈을 마구 써대는 소비자가 되는 것도 경계한다. 부모들은 집안 일을 심부름처럼 시킨 뒤 그 대가로 용돈을 줘서 노동과 소비를 가르치려 한다.

수천만 달러 자산가인 한 어머니는 6살 난 아들에게 자기 빨래를 직접 하게 했다. 그녀는 지금부터 하나하나 부잣집에서 태어나 누리고 있는 걸 배워가고 감사히 여기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노동의 대가로 용돈을 주며 간단한 경제 원리를 가르치기 시작한 학부모는 자녀가 고교생, 대학생이 되어도 이를 계속하겠다고 굳게 다짐하지만 상당수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흐지부지되기 쉽다.

#제한적 예산을 가르치는 좋은 방법은

자녀에게 예산에 한도가 있다는 점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단하다. 직접 한계에 맞닥뜨리게 씀씀이를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학부모도 결국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제약을 가하지 못한다. 사립학교의 문제점을 잘 아는 부모도 결국 자녀가 진학할 때가 되면 무슨 이유든 만들어 결정을 바꿔서 사립을 보낸다.

집안 일도, 그저 학교 숙제를 열심히 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자 노동에 해당하니 그걸로 대신하고 있다는 식으로 상황을 정당화한다.

직접 아이들의 특권을 제한하는 대신 부모들은 자녀들이 특권에 관해 느끼는 감정을 규제하는 쪽을 선택했다. 즉, 또래의 보통 친구들은 누릴 수 없는 좋은 사교육, 대궐 같은 집,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메이커 옷, 여행 갈 때는 비즈니스 클래스 아니면 전세기만 타고 다니는 삶이 정말 흔치 않은 상황에 해당하니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 그치고 만다.

#평범한 집안의 자식처럼

부자들의 자녀들도 보통 사람들, 평범한 집안의 자식처럼 커준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열심히 일하고 검소한 소비자가 되며 부잣집에 태어났다고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낫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고 살아간다면 상관없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완전히 평범한 건 아니며, 누리는 혜택과 특권을 남들에게 자랑하지 않고 속으로 감사하게 여길 줄 아는 아이라면 평등하지 않은 분배도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21세기 부자들은 물려받은 부든 일해서 자수성가한 부든 특권을 노골적으로 누리거나 특권을 너무 신경 쓰지 않는 한 부자로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없는 것 같다. 특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한 누려도 되는 세상이다.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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