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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 여신이 사는 '불의 집' … 밤하늘에 붉은 꽃 피었네요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하와이 제도를 이루는 137개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 하와이 아일랜드다. '빅 아일랜드'로 더 익숙하지만, 하와이 주 정부가 하와이 아일랜드로 이름을 통일했다. 이 섬에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극적인 국립공원이 있다. 이름하여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이다. 분화구가 밤낮으로 펄펄 끓고 용암이 꾸역꾸역 흘러나오는 활화산이 해마다 2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인류는 화산 앞에서 무력한 존재다. 화산 폭발은 인류에게 속수무책인 재앙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하와이 아일랜드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들끓는 분화구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거듭나고, 용암이 덮은 대지는 트레킹 코스로 변신한다. 테마파크가 된 활화산,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을 소개한다.

세계 유일의 드라이브-인 화산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안에는 큰 활화산 두 개가 있다. 하나가 해발 4169m의 마우나 로아(Mauna Loa) 화산이고, 다른 하나가 해발 1250m의 킬라우에아(Kilaua) 화산이다. 여전히 활동이 활발한 화산들 덕분에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은 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의 면적은 약 1348㎢다. 하와이 아일랜드 중앙의 마우나 로아 정상에서 킬라우에아를 거쳐 남쪽 해안까지 국립공원에 포함된다. 국립공원 안에는 큰 활화산 두 개 말고도 수많은 분화구가 있다. 이 넓은 국립공원 중에서 탐방 구역은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에 몰려 있다.



킬라우에아 화산의 분화구 이름이 할레마우마우(Halemaumau)다. 분화구를 에워싼 칼레라 지형의 지름만 4㎞에 달한다. 한라산은 죽은 화산이어서 백록담에 물이 고이지만, 킬라우에아는 살아있어서 할레마우마우가 밤낮으로 연기를 토해낸다. 83년 이후로 킬라우에아는 크고 작은 폭발을 거듭하고 있다.

할레마우마우는 하와이 원주민에게 성지와 같다. 화산의 여신 펠레(Pele)가 이 분화구 안에서 산다고 믿기 때문이다. 펠레가 태평양에 떠 있는 수많은 섬을 둘러본 뒤 분화구로 돌아올 때면 마중이라도 하듯이 화산이 폭발한다고 한다. 할레마우마우는 '불의 집'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쇼로 전락했지만, 애초의 훌라는 펠레를 떠받드는 의식이었다.

할레마우마우는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다. 할레마우마우 주변에 국립공원의 주요 시설이 모여 있다. 탐방센터는 물론이고, 랏지 겸 레스토랑 '볼케이노 하우스'도 있다. 객실과 레스토랑에서 할레마우마우가 내다보인다. 이른바 '화산 뷰'인 셈이다. 볼케이노 하우스는 1846년 문을 연 명소로, 1년 전에는 예약해야 방을 구할 수 있다.

할레마우마우 주위를 한 바퀴 도는 17㎞ 길이의 순환도로가 있다. 또 할레마우마우 주변 명소 대부분은 자동차로 접근이 가능하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이 세계 유일의 '드라이브-인(Drive-in)' 화산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할레마우마우는 밤에 가장 화려하다. 할레마우마우 바로 앞의 '재거 박물관'이 야경 포인트다. 밤의 할레마우마우는 시뻘건 연기를 연방 내뱉었다. 붉은 연기가 붉은 구름이 되어 검은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활화산을 여행하는 방법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은 너무 넓었다. 사흘 내내 국립공원 안팎을 헤집고 다녔지만 시간이 모자랐다. 탐방 프로그램도 다양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은 놀거리 널린 테마파크다.

역시 헬기 투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헬기는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의 여러 분화구 중에서 푸우오오(Puoo) 분화구 상공을 주로 배회했다. 현재 화산 활동이 가장 활발한 분화구다. 시뻘건 용암이 흘러내리는 장관을 약 35m 위에서 내려다봤다. 발 아래에서 용암이 나무를 집어삼켰다. 촬영을 위해 헬기 옆문을 열었다. 매캐한 열기가 확 끼쳤다.

헬기는 섬의 남쪽 해안을 향했다. 3년 전 푸우오오 폭발 때 사라졌다는 마을 터가 보였다. 녹슨 물탱크가 화산암에 반쯤 갇혀 있었다. 옛 마을의 흔적이었다. 용암이 굳은 땅에서 사람들이 다시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마을 옆으로 해안 절벽이 서 있었다. 절벽 아래로 검푸른 태평양이 펼쳐졌다. 헬기 조종사가 하와이 아일랜드는 요즘도 바다에 흘러내리는 용암으로 매일 0.4㎡씩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온몸으로 화산을 부대끼는 여행도 있었다. 킬라우에아 화산 주변으로 다양한 코스의 트레일이 조성돼 이색 트레킹이 가능했다. 제시카 페라캐인 국립공원 홍보 직원이 추천한 트레일은 세 개였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는 트레일도 좋았고 할레마우마우를 옆에 끼고 걷는 트레일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킬라우에아 이키 트레일이었다.

'이키'는 하와이어로 '작은'이라는 뜻이다. 킬라우에아 이키 트레일은 할레마우마우 옆의 작은 분화구를 걷는 길이다. 분화구 북쪽 경계를 걷다가 분화구 안으로 내려와 분화구 중앙을 관통하는 6.4㎞ 길이의 코스다.

킬라우에아 화산지대는 열대우림에 속한다. 하여 용암이 지난 땅은 화산암이 덮었지만, 용암을 피한 지역은 울창한 숲이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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