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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것의 종착역인가?"

서근철 예수회 신부
'삶과 죽음' 주제 특강

한국 예수회의 서근철(사진) 신부를 초빙한 특강이 지난 4일 성아그네스성당에서 열렸다. '삶과 죽음'을 주제로 열린 이날 특강에서 서 신부는 "죽음은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기에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신비에 속한다"며 "다만 평소 자신이 죽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반추해 보는데 이 강의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용을 발췌해 보았다.



#종교와 문화마다 다른 내세관 형성=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인 관심 분야이기에 각 문화와 종교는 고유한 내세관을 형성하고 있다. 죽은 다음의 세계를 인정함으로써 죽음과 친하게 지내고 또 죽음을 평화롭게 맞이할 수 있다. 기독교에서 고행은 '살면서 죽음을 살아가는 것'으로 죽음과 친근하게 살아가게 한다. 가톨릭에서는 죽음을 '지상 순례의 끝' '지상생활에서 하느님 은총과 자비의 끝'이라 가르치고 히브리서 9장에서는 '사람은 단 한 번 죽게 마련이다'고 함으로써 윤회나 환생을 믿지 않는다.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보편적인 죽음인데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에 대해 신학자들은 '죽음은 확실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시간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죽음에 대한 '절반의 확실함'과 '절반의 무지(알지 못함)' 사이에 '언제인지 모르지만 가능한 한 늦출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끼어들어 죽을 존재인 인간에게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이다. 죽음은 삶의 바깥 영역이 아닌 이처럼 삶의 가장 깊숙한 내부에서, 중요한 삶의 전제로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 요즘은 그 희망이 '백세 시대'로 커졌다. 자칫 죽음을 인간이 '연기 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그래서 죽음과 친하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그렇다고 죽음의 불안까지 떨쳐버릴 수 없는 것 또한 인간이다. 중세의 종교 가르침은 죽음의 불안을 내세에 대한 불안 즉 지옥에 대한 불안으로 연결시켰다. 그러나 종교를 떠나 모든 인간이 갖는 죽음에 대한 불안은 '익숙하고 경험한 이 세상에서 자신이 송두리째 끝나 버리고 전혀 다른 예측할 수 없는 질서 속으로의 변형된다'는 것에서 오는 본질적인 두려움이다. 지옥에 대한 불안보다 훨씬 더 형이상학적인 불안감이다.



#장례문화는 사람들에게 안도감 주기 위한 것=이처럼 수수께끼의 사후 세계에 대한 불안을 없애주려는 것이 장례문화이다. 사회마다 종교마다 다른 모든 장례절차는 살아있는 자들을 안심시켜주려는 공통된 목적이다. 익숙한 육체를 떠난 다음에 이렇게 또 다른 저 세상으로 건너간다는 안도감을 장례를 통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주는 것이다. 종교에서 내세와 지옥을 말하는 것도 궁극적인 의도가 '죽은 다음의 상황'을 알려줌으로써 미지 세계에 대한 불안에서 안도감을 갖게 해주려는 데 있다.



# 나의 죽음관=죽음관은 '내가 죽으면 세상도 끝난다' '세상은 그대로 있고 나만 사라진다' 의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삶과 죽음 두 가지만 있고 서로 단절되어 받아들이고 있다. 후자는 죽음 후에도 세상은 여전히 존재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단절이 아닌 생과 사 사이에 늙어 병들어 서서히 존재가 사라지는, 죽음을 삶의 하나의 연장선으로, 과정이다. 나는 어느 쪽인가 생각해 본다. 죽음은 극히 고유하고 개인적이며 공평한 경험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두려운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제한적인 시간으로부터의 끝남, 육체라는 물질적인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 죽음이기에 '진정한 희망'이며 '구원'일 수 있다. 그래서 그 종착역을 향하여 삶도 살아봄직한 것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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