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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성경학교에도 '빈익빈 부익부' 뚜렷

6~7월은 한인교회들이 여름성경학교(VBS)를 개최하느라 바쁜 시기다. VBS 행사는 한인 교회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중앙포토]

6~7월은 한인교회들이 여름성경학교(VBS)를 개최하느라 바쁜 시기다. VBS 행사는 한인 교회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중앙포토]

한인교계 여름성경학교 시즌
VBS 보면 기독교 양극화 심각
주일학교ㆍ젊은층 감소 원인
실제 VBS 교재 주문량 급감
VBS 형식적ㆍ획일화도 문제
한인 교계만의 VBS 개발 필요


요즘 기독교계가 '여름성경학교(Vacation Bible School·이하 VBS)' 준비로 분주하다. 하지만, 이면에는 교회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 있다. VBS는 다음 세대를 위해 각 교회가 매년 실시하는 연중 행사지만 이 행사를 잘 들여다보면 오늘날 기독교가 겪고 있는 문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젊은층의 교회 이탈, 유소년 감소로 인한 주일학교 폐쇄 등으로 인해 VBS 진행 자체가 어려운 교회도 많다. VBS 시즌을 맞아 교회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알아봤다.

VBS는 오늘날 교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일단 중대형교회와 미자립교회간의 극심한 양극화다.

현재 지저스 키즈 임은희 대표는 한인 교계에서 수년째 미자립교회를 대상으로 어린이 주일학교 및 VBS 운영 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임은희 대표는 "실제로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만나보면 인력이나 예산도 부족하고 교회에 어린이도 많지 않아 자체적으로 VBS를 진행하지 못하다보니 아이들을 인근 대형교회나 미국 교회 VBS로 보내는 사례가 많다"며 "해가 갈수록 그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없어 주일학교 문까지 닫는 사례가 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LA지역 신은섭 목사는 "교계는 지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그것을 알 수 있는 지표중 하나가 바로 여름성경학교"라며 "미자립교회들은 일단 아이들이 얼마 없고 VBS를 진행할 수 있는 청년이나 집사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엄두조차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부모 입장에서도 VBS는 대형교회 프로그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여름방학 시즌만 되면 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인근 대형교회들을 전전하는 이유다.

교인 유니스 김(35ㆍ풀러턴)씨는 "거주 지역 인근에 중대형교회들이 많아서 VBS 시즌에는 스케줄을 짠뒤 아이를 데리고 참석하고 있다"며 "현재 출석 중인 교회에서도 VBS를 하면 좋겠지만 워낙 아이들이 부족하고 환경도 열악하기 때문에 이 기간만큼은 어쩔 수 없이 중대형교회에 아이를 맡긴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중대형교회라고 해서 VBS 시즌만 되면 소위 '어린이 특수'를 누리는 건 아니다. 전반적으로 예전에 비해 등록률이 크게 낮아지고 있어서다. 이는 저출산 시대와 젊은층의 교회 이탈로 인해 각 교회의 주일학교나 초등부~고등부 전반에 걸친 교인 감소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 대형교회에서 VBS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김은정(25)씨는 "지난 4년간 VBS 교사로 참여해왔는데 예전에 북적거리던 VBS와 달리 매해 그 분위기가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고등부 학생들도 자원봉사로 많이 참여했지만 요즘은 VBS 교사 모집도 쉽지 않아 주로 청년들이나 30~40대 집사님들까지 나서는데 이는 그만큼 젊은층 감소로 자원봉사자 동원마저 여의치 않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기독교 서점의 현실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최근 수년 사이 기독교 서점의 VBS 관련 교재 및 용품 판매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남가주한인기독교서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각 한인 교회별 VBS 교재 주문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약 10% 정도 감소했다. 이 협회는 주로 LA와 오렌지카운티 지역내 한인들이 운영하는 기독교 서점의 연합 모임이다.

가든그로브 지역 생명의말씀사 전인철 대표는 "주로 한인교회들은 미국 유명 기독교 프로그램 제작 회사인 '그룹(Group)' 등에서 만든 교재를 구입하는데 VBS 교재 주문 감소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계속됐다"며 "심지어 VBS 한국어 교재 같은 건 이제 제작도 안되고 주문마저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인 교회들이 주로 미국 대형 출판사에서 제작한 유명 교재만 사용하다보니 VBS가 획일화 되는 것도 문제다. 매년 같은 교재와 테마를 대부분의 교회가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에 교회마다 기본적인 주제나 내용은 거의 같다는게 교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어린이전도협회 여병현 목사는 "VBS가 1년에 한번 치르는 연례행사가 되다 보니 형식적으로 개최하는 인식이 강하다"며 "한인교계는 전적으로 미국 VBS 프로그램에 의존하다보니 매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한인 교계 실정에 맞는 VBS 연구나 콘텐츠 개발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교인 최영미(30ㆍ부에나파크)씨는 "지난 몇년간 아이를 데리고 주변 교회들이 개최하는 VBS에 참여했는데 교회마다 차별화된 부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교재나 테마 주제가 대부분 똑같았다"며 "VBS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교인들의 수고가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그 노고와 별개로 교회들이 VBS를 형식적인 연중 행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물론 교계에서도 VBS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있다. 실제 LA지역 세계선교교회의 경우 VBS를 변형시켜 매년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을 위해 공부 등을 돕는 여름학교를 진행한다. LA지역 하나크리스천센터교회의 경우는 인근 지역 교회와 연계해 연합 VBS를 진행하기도 한다.

가디나 지역 유요셉 목사는 "학교에서도 교수와 학생의 비율이 낮을수록 좋은 건데 소수의 아이들로 VBS를 진행하는 건 그만큼 교사와 아이들이 더욱 친밀하게 시간을 보낼수 있어 장점도 있다"며 "VBS의 본래 목적인 성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그만큼 밀착형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수의 아이들과 온종일 즐겁게 VBS를 진행하는 것도 대형교회 VBS와 충분히 차별화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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