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등불 아래서] '자기 성취'와 '자기 부인'의 차이

학창 시절에는 계절보다 시험이 먼저 왔다. 그래서인지 교정을 채웠던 가을 단풍의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새 가슴처럼 떨면서 읽던 시험지는 눈앞에 선명하다.

그날도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문제를 읽고 읽어도 답은 안 나오고 손만 떨리는 시험이었다. 공부를 안 했으니 당연했지만, 그래서인지 갑자기 간절한 기도가 나왔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알지만, 공부를 안 한때일수록 더 떨고 더 간절해진다.

무척 어려웠는지 반 전체가 모두 망쳐버린 이 시험에 유일한 만점이 나왔다. 분명 공부를 안 했고 기도만 했는데 만점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조아려 감사하고 감사했다. 조금 지나자 '간덩이' 부은(?) 믿음이 생겼다.

"시험 별거 아니네. 기도하면 되는걸."



마치 대단한 믿음의 비밀을 안 것처럼 속으로 기고만장했다. 물론 기말고사 전까지 일이었다.

성도는 믿음으로 승리한다. 믿음이란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의지하면 승리한다.

그러나 이 말에는 적어도 두 단어가 더 필요하다. '오직'과 '하나님'이다.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면 하나님의 승리를 얻는다. 이 문장의 주어는 우리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아니다. 우리를 의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장의 목적어도 우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승리이다. 기도는 위대한 일이지만 참다운 기도는 내 기도에 의지하지 않는다. 내 승리는 시험의 만점이지만 하나님의 승리는 공의를 행하는 것이다. 회개하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시간에 승리를 자축했으니 믿음의 기도로 승리한 것이 아니라 시험을 치르다 시험에 빠진 것이다.

우리의 관심은 애석하게도 내가 의지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그 위세를 빌어 잘되는 나에게 있다. 마치 골리앗을 넘어뜨린 다윗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다윗이 알리고 싶은 것은 그의 이름이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자신이요, 그러한 자신과 한없이 동행해주시는 하나님이시다.

우리의 관심은 하나님을 믿기에 위세를 부리는 강한 내가 될 수 없다. 내가 의지하는 하나님이 우리의 예배를 받으신다.

믿음이란 하나님을 빙자한 자기 성취가 아니라 자신을 부인하는 것이다. 신자의 승리란 '호가호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신앙의 선배들은 지난한 전투를 치렀고 그리스도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죽였다. 그렇게 자신을 부인하는 것만큼 앞으로 나아갔고, 나아가지 못하면 가슴을 치며 울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달려갔으며, 아무 것도 쥐지 않은 손으로 십자가를 잡고 또 잡았다. 그렇게 주님만 찾았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