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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부모의 희생, 장애 자녀에게 도움 안 돼요"

한미특수교육센터 장애가정 정신건강 세미나

치료효과 높이려면 가족이 건강해야
옆에서 붙들고 걱정하면 역효과 가능
독립시켜 혼자 설 수 있도록 해줘야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한미특수교육센터(소장 로사 장)가 주최하는 '장애자녀 가정을 위한 정신건강 세미나'가 지난 8일 LA한인타운에서 열렸다. 이 날 장애자녀를 둔 부모뿐 아니라 할머니할아버지도 참석하여 박현선 소아발달 전문의 수잔 정 아동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와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며 자녀와 손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강의 내용을 요약해 봤다.

▶장애 가족이 받는 스트레스= 장애 그 자체보다 '예기치 않은 변화'가 온 가족에게 큰 충격이 된다. 스트레스란 '원치않은 변화'에 대한 우리의 몸과 사고 감정의 긴장된 상태를 말한다. 건강한 줄 알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이다. 꿈만 같고 악몽을 꾸는 것 같은 비현실감에 휩싸인다. 스트레스로 근육이 긴장되면 특히 목 뒤에서부터 엉덩이 아래쪽까지의 근육이 땅겨져 장애 부모들 중에는 등이 아픈 사람이 많다. 스트레스의 신호라 할 수 있다. 자폐증의 경우 보통 2살 때 진단을 받는데 이때의 진단은 온 가족에게 큰 충격으로 스트레스이다.

그 중에서도 아이와 의사소통이 안 되는 점이 무엇보다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데 아이가 왜 그런지를 배워서 알게 되면 훨씬 자녀 혹은 손자의 이상돌발행위를 편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6세 손자가 놀러 왔을 때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알고 싶어 세미나에 참석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좋은 예라 하겠다.



한국처럼 주변 친지들의 도움받기가 제한적인 것도 한인 장애가정의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모가 너무 힘들어 하면 장애자녀의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요즘 강조되는 것이 장애 부모의 건강을 도움으로써 장애아동의 테라피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첫째가 부모의 스트레스를 돕는 것인데 '내가 뭔가 열심히 하면 아이가 훨씬 좋아질 것이다'며 하루아침에 상황을 바꾸려하지 말고 마라톤 경기처럼 생각하면서 처음에 에너지를 다 써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한인 부모들이 자폐증 진단을 받고 너무 '열심히'하려하는데 에너지가 다 탈진되어 끝까지 돌볼 수 없게 된다. 예전보다 더 스스로 돌보아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이 실제로 생활 속에서 시간을 내야 한다. 특히 수면이 중요하다. 잠을 잘 자야 다음날 아이를 도울 힘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4살 때 생일파티에서 땅콩을 가득 입에 물고 뛰어가다 넘어지면서 땅콩이 폐로 들어가 응급으로 빼내기는 했지만 남아있는 몇 조각이 뇌로 가서 장애아가 된 엄마는 매일 밤 두서너 번 자다가 일어나 그 아이가 숨을 잘 쉬고 있는지 살피고 그 동생들까지 같은 방법으로 점검을 한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엄마는 체중이 현저히 줄면서 신체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장애아이를 돌보아야 할 엄마가 이렇게 먼저 아프면 안 되는 것이다.

마음을 편히 갖기 위해서는 모든 걸 나 혼자 하려는 생각부터 바꾼다. 도움을 되도록 주변에 많이 청한다. 설령 도움받지 못했다고 해도 이렇게 자신의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스스로 큰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한인 장애아 부모들은 '내가 더 아이에게 잘 해줄 수 있었는데' 하며 불필요한 죄책감을 가져 자신을 혹사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이것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하루 일과에 우선순위를 정해서 설령 다 못했다 해도 '괜찮아'라고 스스로에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에 타임아웃을 갖는다. 아주 힘들어질 때 아이로부터 탈출(?)해서 단 몇 분이라도 화장실이나 뒤뜰에 혼자 있는다. 이렇게 잠시라도 나만을 위해 피해 있다가 다시 아이를 대하면 훨씬 수월해진다.

▶미국에는 장애 가족을 돕는 프로그램이 많다= 미국에는 장애자녀를 둔 가족을 돕는 프로그램이 많다.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찾아 볼 것. 한인사회에서는 한미특수교육센터에서 장애아이들이 함께하는 스포츠클래스 댄스클래스 미술클래스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부모들이 매우 만족스러워한다. 아이들에게 사회성을 배울 수 있게 해줌은 물론 부모들도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함께 이겨나가는 거구나' 하는 큰 위로를 받는다. 자녀가 이상행동을 한다고 혼자 있게 하고 숨겨둘수록 자녀는 물론 그 아이를 혼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는 더욱 피폐해진다. 도움을 청하고 받는 것은 서로에게 '윈-윈'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 것.

▶다른 형제들의 정신 건강도 신경 써야 한다= 최근 발달장애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점점 밝혀지는 것 중에 하나가 '유전성'이다. 임신 중에 엄마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다거나 공기오염 때문이라거나 하는 예전의 '설'들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리서치 중에 하나가 머리가 특출한 사람들이 모이는 실리콘 밸리 가정에 자폐증이 2~3명인 경우가 많은 것이 밝혀지면서 유전성에 더욱 힘이 실어지고 있다.

첫째 아이가 자폐가 심해서 둘째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던 부모가 11학년인 둘째가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진단결과 이 아이는 자폐증은 아니고 주의산만증(ADHD)을 갖고 있었다. 형 또는 동생이 장애인 것을 본 다른 형제들은 '나도 저렇게 되면 어쩌나'하는 불안증을 대부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 부모들이 장애 형이나 동생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을 보기 때문에 부모를 기쁘게 해주려고 자신에게 힘든 것을 숨기며 말을 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정상인 자녀에게 보상심리가 작용하여 지나친 기대를 함으로써 자녀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아이는 10대가 되면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해서 내재한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주의산만증 혹은 조울증이 함께 따라 오는 케이스가 많다. 이것 역시 형제들에게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모는 다른 형제들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잘하던 아이(중고등)가 성적이 떨어진다면 그 아이에게 주의산만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자녀와 떨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미국 부모들은 심한 발달장애 자녀라 해도 어느 연령이 되면 따로 혼자 살게 한다. 그들은 정부에서 도움을 준다. 한인 부모는 평생 품에 안고 살려고 하는데 부모나 자녀에게 도움이 안 된다. 부모가 독립시켜 줄 때 그 아이는 '나를 믿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책임지는 연습을 할 수 있다. 부모가 아이보다는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그때 혼자 남은 아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에서는 정부에서 도움을 줘서 혼자 살 수 있도록 보고해준다.

▶조언= 어려서는 가뿐히 안아서 휠체어에 옮길 수 있었지만 덩치가 커지면서 힘들어져 대부분 장애 부모들의 허리가 상한다. 이럴 때 침대에서 일어나 휠체어에 혼자서 앉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방법들을 알려주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혼자 모든 걸 하려고 하지 말 것. 아이 때문에 휴가를 한 번도 못 갔다는 부부가 많은데 이것 역시 좋은 것이 아니다. 한미특수교육센터에서 하는 장애 가족들이 함께 가는 여행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마라톤 경주가 바로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삶이라 받아들이면서 숨고르기를 하면서 부부가 함께 '휴식'을 찾아 하면서 가야 끝까지 잘 갈 수 있다.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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