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활동 재개 엄포 "조건 6가지 수용하라"
"원유 수입하고 탄도미사일 등 간섭말라"
하메네이, 영·프· 독 등 당사국들에 요구
23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아랍권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기존 핵합의 유지조건으로 유럽 각국이 이란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유럽 금융기관의 이란과의 거래를 보호할 것 등을 내걸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새 합의 조건으로 제시한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및 중동 역내 활동 중지에 관해서도 간섭 중단을 요구했다.
하메네이는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제안을 한 뒤 "만약 유럽 각국이 우리의 요구에 답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3개국(영국, 프랑스, 독일)과 문제는 없지만, 전례를 고려할 때 이들을 믿지는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하메네이는 특히 원유 수출과 관련해 "유럽은 이란산 원유가 완전히 수출될 수 있도록 보증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우리의 석유 수출에 해를 끼친다면 유럽이 그 손실분을 모두 사들여 보전해야 한다는 점을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21일 이란에 대해 한층 까다로워진 12개 요구사항을 담은 새로운 핵합의를 제시한 후 나온 하메네이의 첫 공식 반응이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미국 측의 새 합의안에는 우라늄 농축 중단, 플루토늄 사전처리 금지, 이란 내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기존 핵무기 제조활동 신고, 이란군의 시리아 철군, 이스라엘 위협 중단, 예멘·레바논 반군 지원 중단 등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이란이 이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제재안에 따르면 이란의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제재는 11월4일 부활한다.
국방수권법에 근거한 이 제재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 수입국은 6개월마다 전반기 수입량의 20%를 감축해야 한다.
폼페이오의 연설 이후 이란은 즉각 내정간섭이라며 요구사항을 묵살했다. 유럽의 다른 합의 당사국들도 "기존 핵합의 대안은 없다"며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하메네이는 또 미국의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인용하며 핵합의를 둘러싼 대결에서 미국이 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슬람공화국을 공격하기 위해 미국은 그간 정치·경제·군사적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모든 계략은 실패했다"며 "'톰과 제리'의 유명한 고양이(톰)처럼 그들은 또 패배할 것"이라고 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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