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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독일 낭만에게 배운다

필자의 유학시절 Doctoral Styles Exam라는 시험이 있었다.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모든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이었는데, 정체불명의 작품을 던져주고 이 곡이 누구의 작품인지를 짐작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험이 실제 작곡가가 누구인지를 맞추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않다는 것이다. 설령 실제 작곡가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작품을 분석한 후 나름대로의 논리로 잘 설명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특정 작곡가의 성향이나 작법에 대한 이해를 뛰어넘어, 지역적인 특색과 각 시대별 활동했던 주요 작곡가들에 작품에 대한 총체적인 통찰력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시험이다.

작곡가들마다 발견되는 고유한 특징들이 있다. 베토벤의 성악곡들은 악기적인 요소들이 매우 강하다. 사람의 목소리는 악기만큼 급작스러운 악상의 변화나 선율의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구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가 쓴 선율은 다분히 기악적이고 특히 그 중심부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다. '라보엠'이나 '나비부인'과 같은 오페라 작품만을 남겼던 푸치니는 정 반대의 케이스다. 악기들에 사용한 그의 작곡 기술은 다분히 성악적이어서 유연하고 부드러워 사람의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 적합하다. 그래서 오페라에만 몰두했던 그가 교향곡이나 기악곡들을 왜 많이 쓰지 않았을까에 대한 개인적인 안타까움이 크다.

'전람회의 그림'이라는 피아노곡을 남긴 러시아의 작곡가 무소르그스키는 프랑스 출신 작곡가 라벨에 의해 더 주목받게 되었다. 라벨은 평범한 피아노 곡으로만 묻혀버렸을지도 모를 이 작품을 관현악 곡으로 편곡해 발표했는데 원곡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고 널리 연주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이곡을 관현악 작품으로 알고 있고, 원곡이 피아노를 위한 독주곡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독일의 작곡가 슈만은 4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또 다른 독일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는 슈만의 원곡에 아쉬움을 제기하며, 오케스트레이션을 재구성한 개정판을 내놓았다. 쉽게 말하자면 작품의 특정 부분을 더 강조하고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악기를 추가하거나 음역을 조정해 원곡의 약점을 보강하는 수준의 개정이었다. 원곡과 비교해서 새로운 음이 추가되거나 화성, 혹은 중요 멜로디에 변화를 준 것은 아니므로 곡 자체가 변질된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 개정판에 환호를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후기 낭만파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로 평가되는 말러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개정판의 중요성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슈만과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슈베르트가 가졌던 최고의 장기는 무엇이었을까?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이자 작곡가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은 비틀즈를 가리켜 '우리 시대의 슈베르트'라고 칭송했다. 대중음악의 수준을 끌어올린 것은 그들의 공헌이며, 창조력과 혁신은 피카소에 비견된다. 슈베르트는 영감이 넘치는 선율을 긴 호흡으로 힘 있게 끌고 나가는 능력자였다. 이보다 더 아름답고 자유로운 선율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만큼 '서정적 멜로디 작곡의 최고수'였다.

슈베르트는 짧은 생애 동안 1200여 곡의 작품을 남겼다. 이중 절반이 가곡이었는데 '겨울 나그네'나 '백조의 노래'와 같은 연가곡은 그의 예술성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명작으로 평가된다. 그는 베토벤을 평생의 롤모델로 생각했다. 그의 음악적 영감의 많은 부분은 베토벤에게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27년, 드디어 둘의 만남은 성사되었고 슈베르트가 들고 간 작품을 훑어본 베토벤은 그의 재능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베토벤의 건강은 극히 쇠약했고 청력도 완전히 잃어버려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남 일주일 후 베토벤은 세상을 떠났고, 그 이듬해 슈베르트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 베토벤의 무덤 옆에 묻혔다. 그의 나이 겨우 31세였다.


김동민 / 뉴욕클래시컬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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