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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모네의 여자가 되다

싱글클럽 호리카가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매사추세츠주 윌리엄스타운의 클라크미술관(The Clark Art Institute)과 노스 아담스에 있는 매스 모카(Massachusetts Museum of Contemporary Art), 두 미술관이 목적지였다. 그 주변 맛집 순례는 통과 의례다.

클라크 미술관은 사업가로, 모험가로, 저명한 아트 컬렉터인 로버트 클라크가 1955년 개관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유명한 '싱어 재봉틀 회사' 창립자이다. 무엇보다 현재 미술관 입구인 안도 다다오(2014년)의 클라크 센터가 압권이었다. 더구나 주변 풍광이 유려하고 청량해서 여간 매혹적이지 않다. 주로 14세기부터 20세기 초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클라크 미술관의 방대한 프랑스 인상파 작품 수집은 유명하다. 클라크미술관과 연계해 있는 윌리엄스대학 미술관 역시 대학 미술관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 규모와 소장품들이 알찼다.

1999년에 오픈한 매스 모카는 그 규모만 25만 스퀘어피트다. 19세기 오래된 공장의 오리지널한 모습을 그대로 살려 완성된 미술관은 여러 동의 건물이 이어져 있는데, 빈티지한 건물 자체가 예술이다. 3층 건물 한 동이 솔 르윗(Sol LeWitt)의 작품으로 채워진 규모만 봐도 그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다. 큰 벽면 전체를 점령한 솔 르윗의 작품들은 색깔들이 선과 곡선, 세모 혹은 네모, 원의 형태로 파도처럼 출렁이기도 하고, 풍랑처럼 일렁이다가, 교향곡처럼 질서정연하다가, 다시 협주곡처럼 바람에 살랑이다가, 소나타처럼 찬란한 색깔의 요술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리고 빛과 공간의 작가인 제임스 터렐의 마술! 도대체 이곳은 하루에 다 감상할 곳이 아니었다. 상상을 초월한 두 위대한 미술관과 윌리엄스 칼리지 미술관에서 받은 예술적 감동으로 희열이 활화산처럼 불타올랐다. 베닝톤 칼리지의 들꽃 벌판이 그 불길을 잡아줬다. 숙소로 가는 길에 우연히 눈에 뜨인 베닝톤 칼리지는 입구부터 캠퍼스 안까지가 온통 들꽃 천지였다. 드넓은 광활한 들판이 펼쳐져 있고, 들판엔 연보랏빛 들꽃들이 강물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사이에 만들어진 오솔길이 환상이다. 오솔길을 걷는 미연씨의 분홍빛 스카프가 보랏빛 들꽃들과 하모니를 이루어 마치 모네의 그림 속 한 장면 같았다. 우리도 그 분홍빛 스카프를 빌려 목에 두르고 서로 '모네의 여자가 되었다'며 깔깔깔! 웃음꽃을 터뜨렸다.



얼마 전 신문에서 '시니어 노마드' 미국 부부의 이야기를 읽었다. 은퇴한 뒤 2013년부터 가지고 있던 요트와 자동차와 집을 팔고, 그 돈으로 새로운 삶, 노마드의 삶으로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시니어 노마드(Senior Nomads)란 직장에서 은퇴한 후 모든 재산을 처분해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1박2일의 알찬 문화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나는 시니어 노마드가 떠올랐다. 누구나 한번쯤은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 닿는 대로 여행하면서 세계 곳곳을 떠다니는 꿈을 꾸지만, 그 꿈이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이렇게 문화, 예술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고, 따뜻한 가슴을 나누면서 만들어가는 삶이 고맙다. 시니어 노마드에 설레었던 터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 것 같다. 내가 실천할 수 없는 시니어 노마드가 꼭 부럽지만은 않다. 찾아보면 가까운 곳에도 보고, 공부하고, 즐길 곳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들은 돌아오는 길에 적어도 한 철에 한 번씩은 가벼운 1박2일 여행을 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다음 행선지는 워싱턴이다. 이번엔 모네의 여자가 되었는데, 워싱턴DC에 가선 누구의 여자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가슴이 둥둥둥! 북을 울린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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