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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인종차별국가

미국은 한 걸음 후퇴했다.

최근 연방대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곧바로 실행 하려고 했던 '무슬림 금지'가 합헌이라는 판결이다.

즉, 이슬람교를 믿는 주요 나라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전격 금지시키는 법이 차별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9명의 대법원관들 중 보수 성향의 5명이 합헌을, 진보성향의 4명은 위헌을 선언했고 과반수에 따라 미국의 공식법이 돼버렸다.

실제 개개인이 이슬람을 믿던 믿지 않던, 자국의 국교가 이슬람이라는 이유로 미국에 발을 디딜 수 없게 되었다. 백인우월주의의식이 가득하다고 의심받는 이번 미국정권에서 저 '이슬람'이라는 꼭지는 사실 다른 어떤 것으로 교체될 수 있다. 멕시코인이 될 수도 있고, 아프리카인이 될 수도 있고, 아시안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별적 카테고리가 아니다. 바로, 한 존엄한 인격체가 그의 출신, 배경, 종교, 인종, 지역으로 인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그를 차별할 수 있게, 아니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조치가 합헌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한국 역시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동 출신의 이들이 제주도에서 난민신청을 한 뉴스에 전국민이 광기의 눈을 치켜 뜨며 편견에 입각한 검증되지 않은 상상을 증폭시켜 공공, 언론, 대중을 선동하여 반이민주의를 외친다.

한국은 동시에 위선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800만 명의 재외한인동포가 있다. 수백만 명은 일제강점기 시절과 전쟁, 독재 등을 피해 해외에서 조국의 독립과 발전을 염원했던 이들이다. 이들은 정치적 난민의 신분을 인정받았던 그렇지 않던, 자신이 도착한 새로운 국가에서 온갖 차별과 멸시를 무릅쓰고 새로운 이민사를 써내려 간 이름없는 영웅들이다.

이런 영웅들을 기리고 추억하고 가슴 아파하며, 동시에 현 대한민국에 발을 딛는 이방인들의 입국을 무조건 반대하는 잔인한 행동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한국의 순혈 민족주의자들과 미국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이미지가 교차한다. 슬프다.


전후석 /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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