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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숨으로 여는 아침

긴 잠을 깨운 것은 빛이었는가, 새 소리이었는가, 송장 같은 잠에서 깨어 눈을 뜬다. 천장을 향해 똑바로 누워 단전에 손을 모은다. 숨을 가라앉히고 길게 숨을 내몰아 쉰다. 침대에서 빠져 나온다. 현관 앞에 배달된 신문에 시선을 모은다. 하루는 전쟁이고 어마어마한 전 세계의 소식을 온 몸에 담고 땅 바닥에 누워있는 신문은 폭탄 같다. 하루의 시작이다. 숨을 들이마신다. 조간신문을 펼친다. 소아 중증 장애 아이 국내에 3000명, 고용불안, 밀입국자, 살인 용의자, 북 비핵화, 인간 넘보는 인공지능,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사에 숨이 차다. 뉴스의 쓰나미다.

느림의 미학이 있던 예전 같으면 수년이 걸려 수집했을 세계의 정보를 30분도 안되어 알 수 있는 디지털의 급속화, 스피드로 질주하는 시대, 폭주하는 정보에 눌려 숨이 가쁘다. 매일 뉴스를 접하며 매 순간의 미디어 접속에 노출 되어 상대적 불안에 싸인 나의 모습이 뭉크의 절규를 떠올리게 한다. 숨이 턱 막힌다.

잠시 디지털의 폭주에서 벗어나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 거대한 세상의 흐름에서 지친 나의 본성을 회복하여야만 한다. 어떻게 살아야 홀로 청정이 이기적이지 않은 삶을 살되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가. 거대한 파도의 물방울보다도 작은 나의 존재다. 허지만, 이 작은 물방울이 모여 거대한 파도가 되듯 미약하지만 우주적인 나의 존재로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내 자리에서 소신껏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에 골몰한다. 눈을 감는다. 고요히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마음은 생각이고, 호흡은 생명이다. 숨은 지금, 여기 살아 있음이고, 삶은 선물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머물자 눈을 뜬다.

그렇다. 지금, 한 생각 거두니 어둠이 걷히고 지금, 한 생각 세우니 세상이 환하다. 전쟁터에서도 꽃은 피듯이 세상은 한 떨기 꽃이다. 세상의 꽃으로 다시 피어나자. 깊은 숨으로 호흡을 정리하고 매 순간을 즐겁게 맞이하자. 하늘을 보니 아침 햇살은 눈부시고 초록은 싱그럽다. 새날, 명랑한 아침이다. 떠오르는 시상을 받아 적으며 나의 졸시로 글을 맺는다.



"지금, 세상의 누군가는 죽어가고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먹고 누군가는 똥을 싼다 누군가는 일을 하고 누군가는 담배를 피우고 누군가는 잠을 자고 누군가는 면도를 한다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헤어지고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명상을 한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누군가는 축제를 벌이고 누군가는 병상에서 신음한다 누군가는 도둑질을 하고 누군가는 기도를 하고 누군가는 공부를 하고 누군가는 포르노 잡지를 뒤적인다 누군가는 만들고 누군가는 부수고 누군가는 산길을 걷고 누군가는 바다에 표박한다 누군가는 지폐를 흔들고 누군가는 폐지를 줍고 누군가는 자살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꽃을 심는다 누군가는 스위치를 내리고 누군가는 스위치를 올린다 나는 그만 지금 순간에 깨어 눈을 부릅뜨고 찰나에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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