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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쑥 불 연기 속에서

안성남 / 수필가
안성남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8/28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8/08/27 16:31

여름은 눈치를 보지 않는다.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하늘에 구름도 제 마음 대로다. 마구 뭉쳐진 것이 뭉실뭉실 떠다니며 높이 솟아 오르고 끝없이 흩어지며 이 끝에서 저 끝으로 하늘을 휘젓고 다닌다. 계절 속을 헤매는 이들은 안중에도 없이 뜨거워지고 사나운 빗줄기를 퍼붓고 바람을 던지고 그러다가 매미 소리 가득한 숲 속에 머물기도 한다. 풀 나무들을 재촉하여 하루 밤에 한 뼘씩 자라나게 한다. 충만한 힘으로 엄청난 생명을 일구어 낸다. 모든 것이 살아나는 생명력이 넘치는 시간이다.

여름 어느 날 오후 갑자기 몰려 온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린다. 길가에 나 앉아 바라보는 머리 위로 번개 불이 번쩍인다. 땅 위로 솟은 욕심을 향하여 내리 꽂히는 하얀 빛의 가지가 구름을 찢으며 눈이 아프게 때리고 사라진다. 귀청을 울리는 우레 소리가 멀리 우르릉거리고 가까운 곳에서 짜개지는 외침으로 위협하고 있다. 제 하고 싶은 대로 한참을 으르렁대던 한 여름의 심술은 거짓말처럼 물러가고 저쪽 하늘 얇은 구름 위로 무지개가 뜬다. 일곱 색깔의 또 다른 여름의 변덕은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여름 밤이 찾아 오면 모기와 친하고 싶지 않아 쑥을 태워 연기를 내어 그 속에 앉아서 눈물을 흘린다. 거침 없었던 여름의 발길이 가만히 두 발을 모으는 휴식의 때에 도망 갔던 마음을 불러들여 열기를 식힌다. 푸른 쑥대는 제 몸을 태우며 잿빛 구름을 만들어내어 밤 하늘 별들과 경쟁한다. 연기 사이에 빛나는 별들의 반짝거림이 경이로움과 끝없는 질문을 이끌어 낸다. 숨차게 하던 낯 동안의 질주를 가라 앉히고 차가운 과일 한 조각에 여름을 담아 한 입 한 입 음미하는 즐거움이 남는다.

연기 속에서 거침 없었던 여름 이야기들이 흩날리고 있다. 그물 치고 물고기 잡으며 놀던 한가로움에서부터 번갯불 우렛소리 속에서 빗 속을 달려보던 무모한 달음박질까지 연기 냄새 맡으며 다시 되새긴다. 어지러운 세상 이야기를 이리저리 만들어 보며 가슴 졸이거나 달래며 쓸어 내린다. 이 여름 이야기들이 하얀 연기 속에서 지난 여름 이야기가 되며 밤 하늘로 퍼져 나가고 있다. 거침 없었으므로 여름은 위대하였다. 공중에서 소리가 들린다.

한 여름 밤의 꿈은 날아가 버린 날개가 되어 밤 하늘에 흔적도 없지만 꿈 꾸는 자의 눈은 밤 공기를 가르는 날개 짓을 보고 있다. 뜨겁고 그리고 조금씩 식어 내리는 무대가 되어 여름 깊숙이 들어서는 한 여름의 또 다른 호흡이다. 삶을 다하고 꿈이었다고 마음 먹는 그때에 여름 밤도 제 할일 다하였다 하며 일어서는 계절의 한 조각으로 가슴에 흔적이 된다. 또 하나의 삽화로 긴 문장을 대신하여 책장을 넘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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