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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아프면 참지 말고

우리가 제일 많이 하는 덕담(德談)은 건강 하라는 말일 겁니다. 누구나 아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건강을 빕니다. 아픈 것이 참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을 잃으면 전부 다 잃는 거라는 말이 건강을 잃고 나면 더 다가옵니다. 건강이 소중하죠. 모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강건하시기 바랍니다.

몸이 아프면 참 괴롭습니다. 육체적인 고통도 고통이지만 심리적인 고통도 참을 수 없이 아픕니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몸이 아프면 기분도 나빠지고 힘도 빠집니다. 일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일을 했기 때문에 몸이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일을 하지 않았으면 몸이 아프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부질없는 후회이기도 하죠. 어차피 일은 한 것이니 말입니다.

아프면 우리는 고통을 참으려고 합니다. 이겨내려고 애를 씁니다. 때로는 그렇게 하면 힘이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고통이 쌓여가기도 합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고 경직됩니다. 몸만 굳어가는 게 아닙니다. 내 속의 장기(臟器)도 굳어갑니다. 마음이 아프면 속이 타 들어 간다고도 합니다. 마음이 숯덩이가 되어 버리는 거죠. 참는 게 능사(能事)는 아닌 듯합니다. 몸의 모든 기능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말도 잃고, 소화기능도 잃고, 움직이는 기능까지 잃어버립니다. 아픔을 오래 참아서 생기는 증상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참는 법을 배웠고,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미덕처럼 배웠습니다. 남자 아이의 경우는 울지도 못하게 하였지요. 그래서 결정적으로 아픈 순간이 오면 혼자 참고, 아파합니다. 이겨내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 합니다.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며 스스로 참지 못합니다. 우리는 왜 나약하면 안 되나요? 우리는 왜 힘들어하면 안 되나요? 아프면 아파했으면 좋겠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서로를 위로하는 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서로에게 기대는 법도 배웠으면 합니다. 기대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고마운 일입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파하는 스스로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사람들과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요즘에는 기쁨만이 아니라 아픔도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행복한 일입니다.

미국에 계신 전헌 선생님께 아픔에 관해 쓴 글을 보내드렸더니, 아프면 참지 말고 쓰다듬어 주라는 말씀을 보내주셨습니다. 참으로 귀한 말씀입니다.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이 아파 옴을 느낄 때 우리는 그동안 버텨준 내 몸에 고마움을 느껴야 합니다. 참지 말고 쓰다듬어 주라는 말은 그래서 의미가 있습니다. 세상사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동안 참 잘 버텨주었습니다. 아픈 내 몸을 원망하지 말고 가볍게 토닥여도 주고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기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생했다, 내 몸아!'

내 아픈 몸과 정신을 쓰다듬어 주는 일은 참 따뜻한 일입니다. 실제로도 따뜻한 기운이 몸 속으로 전해집니다. 어릴 때 어머니나 할머니께서 아픈 배를 만져주시면 아픔도 사라지고 잠도 스르르 왔습니다. 쓰다듬는 일의 힘이기도 합니다. 손의 온기가 전해지면서 서로의 마음도 전해질 겁니다. 마음에도 온기가 있으니 말입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일은 귀한 일입니다. 서로 토닥이고, 서로 쓰다듬으며 아픔을 달래준다면 훨씬 힘이 날 겁니다.

전헌 선생님의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납니다. "보고프다, 먹고프다, 가고프다 아마도 통틀어 아프다 아닐까요." 생각해 보면 아픈 일도 나쁜 일은 아닙니다. 보고파서, 먹고파서, 가고파서 아픈 것일 수도 있습니다. 툭툭 털고 만나러 가서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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