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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행복해 지기까지

우리 화랑 고객은 행복해 지려고 그림을 산다. 작품 팔고 돈 벌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으니 장사 치곤 꽤나 괜찮은 직업이다. 장사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남의 지갑에서 점잖게 돈 빼내는 일은 도둑질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래도 나는 그림 파는 게 좋다. 우리 화랑 고객은 주로 백인 상류층이나 중산층이다. 동양인은 거의 없다. 자신이 원하는 작품 구입한 고객이 어린애처럼 흥분해서 좋아하는 모습 보는게 신난다. "매일 아침 좋아하는 그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게 즐거워요. 당신 화랑에서 구입한 그림 때문에 내 인생이 행복해 졌어요"라는 메시지나 생큐 카드를 받으면 눈물 나도록 고맙고 보람을 느낀다. 돈 벌고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으니 일거양득! 동양 여자로 유대인 점령지대인 주류층 미술시장에서 살아남기까지 얼마나 가시밭길을 뒹굴었는지.

우리 화랑의 작품 구매자는 대부분 그림을 사랑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가까이 걸어두고 싶어서, 집을 멋지고 예쁘게 단장하고 싶어서, 매일 보고 또 보고 싶어서, 그림을 사는 순수 구매자들이다. 예술에 대한 미적 감각과 유행, 유명도와는 상관 없이 자기 자신의 감성적 욕구에 충실한 구매자들이다.

훌륭한 딜러는 고객이 원하는(Want) 작품 즉 취향이 어떤지, 이 그림이 고객에게 꼭 필요한(Need) 작품인지, 최종적으로 고객의 주머니 형편(Afford to Pay)에 적합한지를 빛의 속도로 파악해야 한다.

그렇다고 순수 구매자들이 미적 감각이 형편 없다는 말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시대와 인종과 문화를 초월하는 공통 분모를 지닌다. 많히 보면 많이 알게되고 많이 알게되면 저절로 보는 눈이 트인다. 미적 예술적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발품을 자주 팔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예술'이라는 비효율적이지만 위대한 바다에 풍덩 빠지는 실수를 자주 범해야 한다. 눈과 귀, 가슴이 열려야 주머니 지갑이 열린다.



일반적으로 컬렉터들이 미술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미술에 대한 사랑,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 존경 받고 상류사회로 진입하는 사회적인 목적이 대부분이다.

미국 심리학자 뮌스터버거는 사람들이 그림을 수집하는 이유를 "컬렉터는 미술품에 힘과 가치를 부여한다. 왜냐하면 미술품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자신의 정신적 상태가 향상되는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을 소유하면 그 작품의 가치가 자기 자신에게 옮겨진다고 믿는다.

유명한 미술작품을 통해 컬렉터는 자신이 '뭔가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아름다운 대상을 접하면 뇌는 보상회로(Reward Circuit)를 통해 쾌감을 선물한다. 혀가 쵸콜릿 맛을 기억 하는 것처럼 그림을 한 번 산 고객이 다시 화랑을 찿는 이유다. 부자라고 그림을 사는 건 아니다. 그림에 한 번 맛 들인 사람이 그림을 구입한다.

예나 지금이나 그림판매 만으로 화가들의 생계를 해결할 수 없는데도 아이니컬 하게 미술품 구매의 가장 큰 축이 '부의 상징'으로 꼽힌다. 비싼 그림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재력을 남들에게 과시할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기원은 삶에 유용하지는 않지만 문화적으로 학습된 일종의 잉여가치로 규정되지만 인간의 본능인 생존과 번식에 도움을 주며 그 자체로 존재 의미를 가진다.

음악이 없었다면 그대 떠난 그 지독하고 외로운 밤을 홀로 어찌 보냈으리. 그림이 없었다면 내 눈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태 구원의 빛 찿아 해맸으리라. 예술적 아름다움과 미적 순수함이 효율성과 실용성을 아우르면 그림은 미술관에 걸린 보는 작품에서 그대 침상의 착한 동반자로 비둘기 깃털처럼 가볍게 행복을 노래하리.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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