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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기도를 멈추고

기독교는 말씀의 종교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곁에 오셨다고 요한복음은 기록한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으로 계시하시고 말씀으로 믿음을 일으키셨다.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말씀이 기독교의 중심이며 삶이다. 기독교의 말씀은 여타 경전과 다르다. 하나님 자신이 말씀이셨고, 우리에게 말씀을 주셨다. 그 말씀으로 우리 삶을 이끄셨다. 하나님은 완전하시고 또한 성경은 그 자체로 완전하다.

모든 종교에는 기도가 있다. 고등종교이든 하등종교이든 모든 종교는 절대자, 혹은 자신의 신을 향해 기도한다. 그러나 기독교의 기도가 여타 종교와 다른 것은 기도의 바탕이 말씀이라는 데 있다. 즉 말씀에 비추어 기도하며 그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 즉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간구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기도란 자신의 문제 해결의 도구이기에 앞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소통의 도구이다.

한국 기독교는 기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벽기도는 오늘날 세계의 여러 교회가 본을 받고자 할 정도로 깊은 전통과 영성을 인정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새벽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소통하며 은혜를 경험하고 믿음의 진보를 이룬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그렇듯 풍성한 기도에도 부작용이 있다. 문제는 그런 기도를 통해 무엇을 구하는가 하는 것이다. 기독교인도 여타 종교인처럼 자신의 안위와 재물과 건강의 복을 빈다. 하나님 아버지에게 자신의 형편과 필요를 아뢰는 일이야 아무려면 어떠한가. 그러나 기도를 통해 하나님 나라나 자신의 절실한 필요가 아니라 사특한 욕망을 채우려는 일은 바른 기도가 아니다.

새벽기도는 한국 교회의 영적 자산임이 분명하지만, 그 자산이 쌓여서 병폐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별새벽기도회에 수만 명이 모인다는 교회는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세습한 후에, 그 새벽기도회를 통해 자신들을 반대하는 이들을 마귀라고 설교했다 한다. 새벽기도에 목숨을 걸고 출석하는 이는 새벽에 안 나오는 성도들을 정죄하기도 하고, 새벽기도로 목사의 신실함도 판정 받곤 한다. 기도 좀 한다는 이들의 교만은 예수님께서 질책하신 바리새인의 기도에 뿌리가 닿아 새벽기도 끝난 후 은혜는 종종 순식간에 증발하기도 한다.



우리가 구해야 할 하나님의 뜻은 얼마나 많은가. 나라와 민족이 아니라도, 가까운 이웃을 위해,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 말씀을 사모하는 일은 또 얼마나 귀한가. 그 귀한 기도의 시간, 하나님과 교제하며 기쁨을 누리는 시간이 자신의 탐욕을 포장하고, 자신의 믿음 과시용으로 전락한다면 그보다 더 두렵고 비참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나는 감히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고 믿는다. 기독교는 삶이다.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그 십자가를 지고 사는 삶이다. 하나님도 제사보다 순종이 낫다고 하셨다. 기독교는 말씀 속에 진리를 담고, 그 진리를 따라 사는 삶이다. 종교의식도 신앙생활에 필요하지만, 삶이 없는 종교의식은 예수님께서 그토록 책망하셨던 회칠한 무덤 같은 바리새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기도는 많이 하는데 삶이 엉망이어서 세상이 손가락질한다면 기도는 좀 쉬어도 괜찮을 것이다. 새벽기도 열심히 나가면서 가장 가까운 이웃인 성도들을 판단하고 정죄한다면 새벽기도 쉬고 심신의 건강을 먼저 회복하는 것이 좋겠다. 눈물 흘리며 오래도록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기도가 진실한 신앙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앞서야 하리라.

기도가 위선과 욕망의 그릇이 되어가는 요즘 나는 자주 기도를 멈추고 묵상한다. 나는 얼마나 위선적이며 자기중심적인지 되묻곤 한다. 내 기도에 하나님께서 좀체 답을 주지 않으시는 이유는 혹 내가 여전히 말씀대로, 기도한 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스스로 묻기 위해 기도를 멈추곤 한다. 지금 내 욕망의 기도를 멈추고 잠시 심호흡을 해야 할 시간은 아닌가.

조항석 /뉴저지 뿌리깊은교회 담임목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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