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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푸른 감

잘 생긴 감을 선물 받았다. 만나는 시간에 맞추느라 서둘러 거두어서 가져 왔다고 했다. 뒷마당의 잘 자란 감나무에서 튼실하게 여물은 것을 골라서 가져왔다고 말한다. 그런데 서둘러 가져오는 바람에 아직 맛이 온전히 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색깔이 퍼런 부분이 많다. 그래도 그 파란 감을 받아 들면서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말 그대로 무공해 과일이고 거두어 들인 감 중에서 잘생긴 것으로 골라 담아 건네줄 사람을 기억하고 들고 찾아와 준 정성이 고맙다.

실용성과 유행과 가격으로 선물을 판단하는 세태에 이런 선물은 신선하다. 키운 곳 확실하고 제대로 익고 있으니 마음 놓고 받아들일 수 있어 좋은 것이다. 오는 길에 급히 들려 가게에서 적당히 돈으로 지불하여 그럴듯하게 포장한 잘 익은 듯이 보이는 과일이나 혹은 반짝거리는 신기한 것으로 된 어떤 선물보다 오히려 더 좋은 선물이다. 세련되고 유명한 솜씨로 만들어 놓은 비싼 그림보다 삐뚤빼뚤 하고 엉성한 솜씨로 그려낸 아이들의 어설픈 그림에 더 함빡 웃음을 보이는 주름진 얼굴이 반기는 '마음이 담긴 선물'이다.

우리는 마음을 담은 선물에 더 감동을 받는다. 예전에 대학생들이 농촌 봉사를 많이 하던 시절이 있었다. 봉사 대원 학생들이 전공에 따라 전기도 손 봐주고 시계도 고쳐주고 그랬다. 그러면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저녁 시간 옥수수나 고구마를 쪄오기도 하고 싱싱한 야채 과일을 가져오곤 했다. 그런 선물을 더 반갑게 여기는 것이 우리의 심성이다. 착한 심성과 통하는 마음이다.

한국을 무대로 한 소설 '살아있는 갈대'를 쓴 노벨상 수상 작가 펄 벅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감동을 받은 풍경이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소 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부를 보았다. 수레 옆을 가는 농부의 지게에도 볏짚이 한 짐 가득하였다. 모두 수레에 싣고 자기도 타고 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긴 그녀가 물었을 때 농부가 대답했다. "하루 종일 일한 내 소가 집에 가는 길에서는 좀 편히 가야지요." 그녀는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감탄했다고 전한다. 고상하고 착한 심성의 사람들이 귀한 선물로 받는 것이 '푸른 감 선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세상은 특히 한국 사회가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산다고 한다. 각지고 무정해질 수 밖에 없는 삶이 착한 심성을 자꾸 버리게 한다. 딱딱해진 마음은 푸른 감 선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것을 주는 것은 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화를 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자리를 잃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각진 마음을 누그러지게 하여 오고 가는 사람 사이의 인정을 너그러이 하면 파란 감은 정말 고마운 선물이 된다. 시장에 잘 익은 것처럼 보이는 과일이 실상 생산지에서는 시퍼렇게 덜 익은 것을 가져 온 것이다. 귀중한 것은 좋은 과일을 품어가 전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렇게 오는 사람을 반겨 하는 마음이 오고 가는 따뜻함이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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