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서소문 포럼] 아베 방중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세계가 혼란스럽다. 국가의 원시적 힘이 국가 간 제도를 압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국 번영주의가 한몫한 카오스의 세계다. 주요 7개국(G7)이 힘을 잃은 지는 오래다. 그나마 트럼프 독불장군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G20은 참여국 간 이견이 더 깊다. 미국과 중국은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국 간 대립의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치닫는 중이다. 관세 전쟁에 돌입했다. 군사적으론 미국의 서진(西進)과 중국의 해양 진출·접근 거부(access denial)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 자유무역은 중대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이 만든 전가의 보도가 빛바래고 있다. 동맹도 불황, 표류의 시대다. 비용이 안보와 공통의 가치를 우선한다. 세계는 질서를 주도하는 세력이 없는 G0(제로)에 가깝다.

25~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중은 이런 환경과 맞물려 있다. 공식 방중은 극적인 상황 반전이다. 2012년 아베 재집권 이래 처음이다. 중국은 2년 전만 해도 중·일 정상회담장에 양국 국기도 내걸지 않았다. 일본 무시였다. 그래도 아베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손을 내밀어왔다. 지금은 시진핑이 추파를 던지고 있다. 중·일 접근은 미·중 마찰의 부산물이다. 미국의 대중 정책은 견제를 넘은 사실상의 경제·안보 봉쇄다. 이달 초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대중정책 연설은 그 결정판이다. 중국 위협론을 망라한 신냉전 선언이란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중국 경제는 무역 전쟁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 3분기 성장률이 6.5%로 10년 전 세계 금융위기 이래 가장 낮다.

시진핑의 움직임은 또 다른 합종연횡이다. 미·일 동맹의 대중 압박을 완화하고 일본을 미·중 충돌의 완충재로 삼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가뜩이나 시진핑의 유라시아 광역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적을 만들고 있다. 중국의 원조 개발이 주변국에 '빚더미의 덫'이 되면서다. 일본 민관(民官)의 조건부 일대일로 참가는 중국에 가뭄 속 단비다. 중·일은 아베 방중 기간 제3국에서의 인프라 공동 개발에 관한 수십 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아베 총리 방중이 중국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환영받고 있다"는 15일자 환구시보는 현재의 중국 입장을 상징한다.

아베의 대중 접근은 트럼프 리스크 분산의 일환이다. 아베는 트럼프가 취임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면서 뒤통수를 맞았다. 미·일 등 12개국의 TPP는 아베가 공을 들인 중국 견제의 무역권 구상이다.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촉발하자 지금은 중국과 자유무역 지키기에 나섰다. 무역입국 일본에 관세는 고통의 장벽이다. 중·일 협력은 향후 대미 통상 교섭에서 협상력도 높여준다. 일대일로 공동 사업은 일본 기업에 뉴프런티어다. 아베 움직임은 실사구시의 외줄 타기다. 발은 동맹인 미국에 딛고 팔은 이웃 중국으로 쭉 내뻗은 모양새다.



그렇다고 아베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탈한 것은 아니다. 호주·인도·동남아와 중국 견제의 준(準)동맹을 결성 중이다. 호주와는 지난달 처음으로 전투기 공동훈련 실시에 합의했다. 방중 직후엔 안방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난다.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등 관계 강화를 모색한다. 미국에 발맞추면서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려는 시도들이다. 일본의 치밀한 외교 전략이 묻어난다. 중·일 관계는 미·중 냉전 기류 속의 전술적 데탕트 성격이 짙다.

중·일 해빙은 동북아 대국 외교의 신호탄이다. 역사 전쟁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한국의 대중, 대일 관계는 삐걱거리고 있다. 우리의 전략적 입지가 줄지 모른다. 유라시아 개발 주도권도 중.일이 선점했다. 양국은 태국 동부의 스마트 시티(smart city) 건설, 중국~유럽 간 철도 물류망에도 협력한다. 중·일 하이테크 분야 경제 대화도 주목거리다. 지금은 남북 관계와 과거사에 매몰될 때가 아니다. 외교를 이념과 도그마의 굴레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오영환 / 한국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논설위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