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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도로 만년 청춘이다!

나이를 오십살로 정했다. 더 이상 안 먹기로 했다. 사실은 그 보다 많다. 나이 끈 졸라 매고 세월 탓하지 말고 시간에게 속지 말고 게으르고 느슨해진 일상을 되돌리기로 했다. 허리 졸라매고 뛰던 청춘시절 반이라도 흉내 내 볼 작정이다. 하루 일정을 시간대로 갈라놓고 이리 뛰고 저리 달리던 계획표도 더 멋지고 폼나게 작성할 생각이다. 나이 들어 편히 사는 법,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을 백과사전처럼 소개하는 인터넷이나 유튜브도 안 볼테다.

내일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매일 죽는 연습하듯, 남은 인생을 건강, 병, 고령화, 고독, 외로움, 몸에 좋은 음식, 죽음 등의 단어들에 주눅들어 허둥대며 살 지 않을 생각이다.

나이 좀 먹었다고 애정과 존경 구걸하지 말고, 외모가 후지고 참담해져도 슬퍼말고 당당하게, 맘대로 안 된다고 인생 종 친 것처럼 엄살 떨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지레 겁내지 말고 '폼사폼사'로 머리 꼿꼿이 들고 용감하게 살 생각을 한다. 춥고 배고프고 암담했던 시절, 희망이 안 보여도 희망을 꿈꾸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이는 땡겼다 놓치는 고무줄이다. 얼마든지 늘어나는 탄력있고 탄탄한 인생의 고무줄이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들은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중에서



산다는 것은 전쟁이다. 아름답고 비참한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참고 살아가면서 전쟁의 상흔에 장미꽃과 무지개를 그려 넣는다. 낯과 밤이 바뀌듯 생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수없이 거치면서 해 뜨는 시간과 해 지는 시간을 나직한 손짓으로 보낼 수 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이판사판 혼신으로 장렬한 끝을 보던지 아님 주인공 없는 빈 무대로 막을 내릴것인지 그건 오로지 선택에 달려 있다.

UN이 발표한 새로운 연령 구분에 의해면 18~65세까지는 청년(Youth Young people)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청년으로 활동해도 별 시비가 없어 보인다. 인간의 지혜는 일생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 나이든다는 것은 그만큼 지혜를 가진 존재로 존경 받을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거북은 십장생 중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는데 지구상에 서식하는 파충류 중 가장 오래된 동물 중 하나다. 알다브라코끼리거북은 150~200년 정도 사는데 거북이 오래 사는 이유는 느리기 때문이다. 느리게 살면 힘이 덜 들기 때문에 한번 먹으면 수개월까지 살 수 있다. 가장 빠른 쥐는 2~3년만 산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오래 살건지, 쥐처럼 빠르게 짧게 살건지 어느 쪽이 나은 지 알지 못한다.

나이 들어 늘어지는 육체 보다 더 낙후되는 것은 정신력과 지구력이다. 오락가락하고, 능률 못 올리고, 속도감 없고, 열의가 떨어지고, 대충대충 넘어가고, 쥐었다 폈다 반복하고, 중도하차 하고, 잘 잊어버리고, 나이 탓으로 돌리는 무능함이다.

헝그리 정신은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하라' 라는 진취적이고 원초적이며 강인한 근성을 의미한다. 피나는 노력과 극기로 역경을 딛는, 불굴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초발심이다. 쉽게 세월 따라 나이 먹고 너무 안이하게 살아온 건 아닐까.

'인기삼일 무계불출(人飢三日 無計不出)' 삼일 굶으면 안 날 생각이 없다는 헝그리 각오로 나이를 극복(?) 할 생각이다. 세월과 맞서 앞 뒤 안 보고 달리던, 그 용감무쌍했던 시절로 돌아 갈 수 있다면 내 나이는 만년 청춘이다.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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