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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잘난 척 하는 사람들

1960년대 'Ugly American' 이라는 책이 인기가 있었다. 미국의 힘이 온 세계를 뒤 덮었을 때 외국에 나간 미국인들의 오만함과 무례함도 세계를 뒤덮었었다.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하여 떠돌던 젊은 여자들이 동남아의 구호기관이나 공사관에 근무를 하게 되면 현지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오만하게 군림했을 때 "Yankee go home"의 구호가 동남아를 휩쓸었고 전쟁에서 패배를 모르던 미국은 월남전에서 패전의 쓴맛을 보았다.

사람들은 싸워서 맞을 때보다도 상대방에서 멸시를 당할 때 더 강한 적개심을 품는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이라는 소설에서도 젊은 히스크리프가 자기를 경멸하는 주인집 아들 힌드리 언쑈에게 더욱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되는 것은 그가 채찍으로 맞았을 때보다 그의 등을 밟고 말 등을 올라가는 힌드리에게 더욱 강한 적개심을 품게 된다.

사람이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사는 것은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난 맛에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걸리집에 가면 식당이 시끄럽다. 거기 모인 사람들이 대개가 자기는 잘났는데 세상이 몰라준다는 울분을 토하려고 소리 소리 지르기 때문이다. 노동하는 사람은 감독을 욕하고 대리는 과장을, 과장은 부장을 욕하느라 정신이 없다. TV의 내 고향에 나오는 시골 할머니도 "이 나물은 이렇게 무쳐야 맛이 있고 향기가 없어지지 않는거여" 하면서 잘난 맛을 보여주고 낚시배에서 고기를 낚은 어부도 "이 고기는 이렇게 회를 쳐야 맛이 있는 거여" 하면서 큰소리를 친다. 이 분야에서는 내가 잘났다는 표시일 것이다.

교수들 중에도 실력이 없는 교수가 더 큰소리를 치고 동료들이나 학생들을 들볶으며 실력이 없이 낙하산으로 들어온 사람이 혼자서 아는 것처럼 주위 사람들을 괴롭게 한다. 못난 사람일수록 거드름을 피우며 거들먹거리는 것이 세상이다. 성경에서는 예수님처럼 겸손 하라고 가르친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면서도 가장 겸손하게 죄인까지도 섬기려 하셨으니 너희도 그를 본받으라고 역설한다. 얼마 전 황창연 신부의 고백이다. "나도 잘난 척 하는 데는 한몫 합니다. 내가 20대에 본당 신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20대의 나를 보고 교인들이 독약을 먹였지요. 나이 많은 교인들이 또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신부님 참 현명 하십니다. 참 영민 하십니다. 참 똑똑 하십니다' 하는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처음에는 거북하고 민망했지만 차차 그 말이 사실인 듯 생각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그 말을 못 듣는 날은 섭섭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에 누가 반대를 하면 몹시 열이 났습니다. 내가 이렇게 똑똑하고 영민하고 현명한데 내가 하는 말에 반대를 해?" 어찌 황 신부님만의 고백일까. 교회의 목사님도 집사님과 장로님들에 둘러 싸여 칭찬의 독약을 매일 먹다 보니 오만 중독증에 걸린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갈 때는 지지율이 70%가 넘는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지지율은 떨어지고 임기가 끝날 때쯤 되면 20% 정도를 유지하기가 힘이 든다. 대통령이 처음 되었을 때는 국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되고는 "참 영민 하십니다. 참 현명하십니다. 참 똑똑하십니다" 하는 말에 눈이 멀고 귀가 멀고 자기 고집대로 일을 하다 보니 인기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도 문재인 대통령도 점점 이 오만병 증세가 더해지는 것 같다. 이 오만을 고치는 치료법은 없을까.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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