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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웰컴 투 웨스트월드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 시리즈 웨스트월드(Westworld)는 과거 서부개척시대를 재현한 거대한 유원지를 배경으로 겉으로는 인간과 전혀 구별할 수 없는 인공지능 로봇(일명 host)을 체험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의 역습’이라는 한국어 부제가 붙은 이 드라마에서 로봇들은 더 이상 명령에 따르지 않고 오히려 인간을 공격하고 통제하려 든다.

웨스트월드에서처럼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위협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술 발달, 로봇, 자동화, 인공지능(AI) 등으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바뀌게 될 지에 대한 각종 기사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589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손으로 양말을 짜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양말 짜는 기계의 특허권 승인을 거부했다. 19세기 초에는 러다이트(Luddite)라 불리는 직물 노동자들이 산업혁명이 초래할 실업의 위험에 반대해 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저명한 경제학자 케인즈(Keynes)도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는 자동화와 로봇기술 발전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최대 8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기술 발전이나 자동화가 반드시 일자리 파괴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1970년대에 ATM 기계가 최초로 도입되었을 당시만 해도 이것이 은행 지점과 창구직원(teller)을 대체함으로써 관련된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이 팽배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ATM 기계가 영업비용을 줄여준 덕분에 오히려 은행 지점 수가 늘어났고 창구직원 수도 전체 노동인구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물론 창구직원 업무 중 상당부분은 단순 반복 작업에서 대 고객 서비스 및 판매 업무 등으로 전환됐다. 빠른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의 실업률이 1969년 이후 최저치 수준까지 하락한 점을 봐도 인공지능의 역습이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한편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도 일자리의 종류와 임금 체계 등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엑셀(Excel) 등과 같은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회계장부 담당자(bookkeeper)의 업무를 대체한 반면 회계사(accountant) 또는 컨설턴트와 같은 새로운 업무에 대한 수요를 창출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반복적인 업무가 기계로 대체되면서 일자리의 양극화가 초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와 고숙련‧고임금 일자리 수는 증가하는 반면 중간 수준의 일자리는 자동화 등을 통해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 서빙, 청소, 잡역부, 가정 의료서비스 등과 같이 임기응변이 수반되는 신체 움직임이 필요하거나 사람간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저숙련 일자리는 의외로 자동화로 대체되기가 쉽지 않다. 말할 것도 없이 고숙련 일자리, 즉 문제해결, 직관, 창의성 등이 요구되는 직업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중간 수준의 일자리가 기술 진보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일자리의 양극화가 임금 수준의 양극화 및 전반적인 임금상승률 둔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견 암울해 보일 수도 있지만 기술의 진보는 피해갈 수 없는 것인 만큼 거기에 맞춰 인간이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자동화가 이루어지고 로봇이 만들어질수록 사람에 의한 단순 반복 노동은 줄어들겠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및 문제해결 인력에 대한 수요는 훨씬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고용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제 환경과 기술 발전에 맞춰 스스로가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적 자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만이 인공지능의 역습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비책이라 할 것이다.


권용훈 / 뉴욕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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