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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CHAM 칼럼] 시간관리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한국에서 영문학도였던 나는 셰익스피어 극작 중 맥베스를 심독한 편이고 인생을 묘사한 끝 무렵의 윗구절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다.

인생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단막극이든, 필연적으로 누구에게나 다가올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열차여행이건, 해를 넘기는 이맘때면 sound and fury였지만 잠시 머물렀던 인상에 남는 기차역들과 그리고 어쩌면 strut and fret하고 지났을 올해의 여정에 대해서 반추하는 여유를 조금이나마 갖게 되곤 한다.

늘상 분초를 아끼면서 고객 대응 서비스로 보내는 직종에 오래 종사해 온 나로서는 무한한 가능성을 안겨 줄 수 있는 시간(my hour)이야말로 이미 재화가 되어 버린 돈보다 훨씬 값진 것일 수밖에 없다. 올해 나의 달력을 재개봉해 보자면, 여지없이 타인을 위해 나의 시간을 끼워 맞추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자투리만큼도 잘라내지 못했던 점, 바쁜 직장 일과 속에 끼워 넣어 뒀어야 할 건강검진, 친구.가족 챙기기 등 개인사에 대한 우선권을 마음만큼 챙기지 못했던 부분이 아쉬움으로 다가오곤 한다.

얼마 전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맨해튼에서 자선단체와 공연을 하시는 터라, 일요일이고 조금 마음에 여유가 있으려니 해서 기쁜 마음으로 표를 구매했다. 주말이라 업무 관계로 화상회의 등을 밤에 하지 않아도 되고 공연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도 나한테는 깜짝 기쁜 일이기에 기대도 충만했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평소 음악회 가기를 즐기는 지인들도 좁은 공간에 속속히 모여들어서 기대감이 흠쁙 넘쳐 오르는 분위기 좋은 행사일 것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유일하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계기가 되었던 조수미씨가 건강 상의 이유로 불참했음을 행사 도중에 갑자기 통고 받았다. 물론 표값도 아까왔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그 고귀한 일요일 저녁 시간을 보기 좋게 망쳐 준 주최측의 소홀함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타인의 시간을 낭비한 부분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도 없어 보이는 주최측의 대응을 목격한 치명적인 시간오염의 경험이었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 나의 시간을 낭비한 사람에 대해 비판할 때 상대방이 그게 뭐 그리 나쁜가 하며 잘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를 보일 때는 시간을 넉넉히 지니고 있는 친구들의 여유가 부러울 때가 많다. 연말에 조금 받은 휴가를 세법개정에 따른 신규 국제조세시행령 공부에 죄다 쏟아부어야 하는 전문가인 나의 처지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문가의 길은 험하고 시간과의 치열한 싸움이어야 하는 당연한 걸 다시금 느끼는 연말 휴가를 보냈다.

새해를 맞으며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몰라서 셈조차 안 되는 나의 소중한 시간을 굵직한 주제를 위해서, 자기개발을 위해서, 가족과 지인을 위해서, 사회봉사를 위해서,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나만의 자존감으로 지켜갈 수 있을지 다짐을 해 보는 바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시간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것과 본인 시간관리를 잘해야 일과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다시 글로 써서 되새겨 보면서 새해를 맞고… strut and fret…sound and fury를 즐기며 지나는 2019년이기를 소망한다.

KOCHAM 특별회원사


김혜영 / Ernst & Young L.L.P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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