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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미국과 중국, 누가 더 부자인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라는데 아마 물가가 비싸서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필자가 뉴욕사무소로 발령 나서 뉴욕의 높은 물가를 몸으로 체험하던 중 미국에서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부자’의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계자료를 보면 이 말은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한 나라의 부의 척도를 측정하는 기준에는 많은 것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20세기 최고의 발명 중 하나라는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을 활용한다. GDP는 일정 기간 한 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합으로 정의된다. 이미 많이 아는 개념이겠지만 특히 어느 ‘시장’의 무슨 ‘가치’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 값이 달라진다. 즉 미국 시장 가격을 달러화로 계산하느냐 아니면 중국 시장 가격을 위안화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2019년 GDP 통계를 보면 미국은 21조 달러, 중국은 14조 달러만큼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했다. 미국 수치는 2019년 가격을 달러화로 계산한 것이고 중국은 2019년 위안화 가격을 공정환율(Official Exchange Rate)을 이용해 달러화로 환산했다고 한다.

이 통계에 의하면 미국이 2019년 세계에서 가장 부자(GDP가 큰)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1인당 GDP를 보면 중국은 1만 달러 남짓에 그치고 있으나 미국은 6만5000달러를 넘어섰고 미국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맑은 공기까지 고려한다면 삶의 질 측면에서는 아직 상대가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은 물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구매력(Purchasing Power)’을 기준으로 환율을 계산해 GDP를 구하기도 한다. 같은 종류의 햄버거를 중국에서 10위안, 미국에서 5달러로 구매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환율은 달러당 2위안이고 햄버거 등 각종 물품의 가격을 종합해 산출한 환율로 미국과 중국의 GDP를 구한다는 것이다. 이 구매력 기준 환율로 GDP를 계산해보면 2017년 중국은 19.9조 달러를 기록하며 19.5조 달러를 생산한 미국을 앞질렀으며 이러한 추세는 2019년까지 이어졌고 2020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한 물품이나 서비스의 총량은 이미 중국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빠른 발전은 크게 외국인 투자 유입과 같은 대규모 자본 투자와 생산성의 비약적 증대 등 두 가지에 기인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농촌 개혁을 통해 대규모 집단 농장인 인민공사를 폐지하고 경작지를 개별 농가에게 분배하여 국가가 부여한 생산할당량을 제외한 자유로운 생산과 매매를 허용함으로써 농업생산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농가에 분할된 인민공사 소유 각종 자산들은 농촌기업 형성의 기반이 되었고 이러한 농촌기업들은 농업에 사용되던 노동력이 고부가가치의 제조업 부분으로 이전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농업 이외의 분야에서도 국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이익 추구 성향이 강한 사기업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생산성도 향상됐다.

경제특구의 세제 혜택 등에 힘입은 외국인 투자의 급증은 새로운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이러한 생산성 향상은 수출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경제 발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야 하는 한편 저임금 노동력이 거의 무제한 지속적으로 공급되던 시절과는 달리 1979년부터 시행된 한 자녀 정책의 결과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 가능 인구가 2016년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고,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부패 지수가 높은 가운데 아직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공영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높아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또한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서 노동의 성장 기여도가 예전에 비해 하락한 가운데 일본의 예를 따라 여성, 이주노동자 등 인력을 활용하는 한편 자동화·기계화를 통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고, 국·공영 기업은 여유 자금을 생산성이 좀 더 높은 사기업들 앞으로 재대출하는 등 적절한 정책 시행을 통해 빠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시진핑 주석은 2035년까지 GDP를 두 배로 키우겠다는 장기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중국이 명실상부 세계 최고 부자 나라가 되려는 기세가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 최강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동맹 국가이기도 한 미국의 승리를 응원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는 스스로의 힘이 제일 중요할 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미국과 중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날이 올 것이라는 경고는 아직 우리나라의 힘이 부족하다는 소리로 들린다. ‘우리나라와 ○○, 누가 더 부자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쓰는 날을 꿈꿔 본다.


박현 / 뉴욕사무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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