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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순리가 제 몫이다

가을이다 바람의 관절에서 목탁소리가 난다 그 콧잔등 위에 된서리가 내린

다 시간에 부딛는 휘파람 소리도 문턱을 넘다 휙 사라진다 흔들리는 가지들

은 바람의 색깔로 익어가고 단물은 씨알에 쏟아진다 집이 없는 민달팽이 전

재산인 점액질을 죄다 끄집어내어 죽을 둥 살 둥 그리는 그림 아스팔트 위에



서 잘려m나간다 살아있는 것들의 절규다 시간의 곡선에 맺힌 입김이 창가에

서린다 차창을 닦아본다 여전히 살아있는 빗방울들이 직선에서 으깨진다 자

신을 으깨지 않고는 함께 갈 수 없는 의지의 통로 수직으로 내려서 같은 곳으

로 간다 아픈 발이 더 모질다 그것은 보이지 않은 것 까지 끌고 가는 핏즐이다

직선은 가두어진 곡선에서 풀리고 매사를 거스르지 않는 물은 바다에서 숨을

쉰다 질서는 찬바람을 안고도 엉키지 않아 곧은길을 낸다 지구를 책임지고 있

는 것들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머무는 곳에서 순응하며

가는 길에서는 언제나 손을 잡고 가로 질러 갈 수 없는 길에서도 선회를 기다리

며 비에 젖지 않는 천년의 그림을 그려간다 길 없는 숲 속에도 계곡의 능선을 따

라 피는 꽃이 있다 순리가 제 몫이다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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