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빈 뜰
바람에 파도 타는 꽃 무리들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듯
긴 꼬투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명찰 달고 보물이 된다.
탱자 청 담으려는 바램은
꿀부터 준비해서
어머니 손맛에 꿈결에서도 익어가던
따뜻한 사랑의 눈빛
몇 겹의 세월이 흘러
아늑하던 고향 뜰이 비어가고
모과나무 휘어지게 달려도
무엇에 쓰는지 아직도 몰라
내려지는 것 달려 있는 것 사이에서
헐벗으며 창공으로 나부낀다
다시 채워지는 봄을 만들기 위해..
가을 하늘 기러기 금 긋고 가듯
찬바람에 푸성귀들 녹아내도
치워도 다독여도 이어지는
빈 뜰로 가는 가을 갈무리
박선원 / 시인·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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