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글마당] 빈 집

그 집은 오래도록 비어 있다

가로수 그늘이 넘겨다 보고

파랑새 벌새들 가끔 그림자를

던지는 집



견디는 것은 일상이 되어

새벽으로 수십 개의 검은 화물칸을 달고 기적을 울리는

기차소리에 오래된 그 집은 흔들렸다

빗발이 들이치는 소리

좋기만 하여 창문을 닫지 않았다

햇빛이 드리울 때

두꺼운 커튼을 내리고 가만히 누워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날카롭기를 기다렸다



종일토록 트렁크에 짐을 챙기고 좋아하는 시집을 손에든 채

뒤에 두고 나오는 빈집

나를 떠나 보내는 슬픈 집



연분홍 작은 꽃이 수북이 떨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조막만한 모과가 무수히 달려 익어가고 있겠지

자칫 돌아가는 길을 놓치지 않을까

떠나올 때마다 한번 더 돌아보았네

눈 오는 날엔 더 꼭꼭 눌러 발자국을 남기고

비 오는 날엔 빗물로 눈물을 훔쳤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 빈집을 두고 올 때

외투자락을 더 넓게 벌려서

마음대로 휘청이며

두고 온 빈집



들판과 계곡을 떠돌다

내가 텅 비어가고 있었네

이제 돌아가

나무 그림자 새소리 천둥소리 기적소리

낙엽 익어가는 내음이 가득 차 있는

그 빈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려 하네


김가은 / 시인·뉴저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