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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간염 바이러스, 증식. 비증식 반복하면 간 손상

현철수/위장내과 전문의

3~4단계 걸친 감염 진행

우리나라의 바이러스 보균자 대부분은 수직 감염으로 혹은 유아기 때 감염된 사람들로 대개 3~4단계에 걸친 임상적 경과를 거치게 된다. 제1단계는 면역 관용기로 말 그대로 면역이 관용을 베푸는 시기이다. 바이러스의 증식도는 매우 높은 편이나, ALT는 대개 정상 수치를 보인다. DNA의 농도는 100만 copies/ml 이상으로 매우 높은 증식도를 나타낸다. 쉽게 말하면, 몸 안에 있는 적인 바이러스와 면역체와의 평화공존 상태가 유지된다고나 할까? 이 시기에 바이러스는 높은 증식도를 보이지만, 간염이나 특별한 간 손상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러한 면역 관용기에 있는 보균자들 가운데 ALT 수치는 정상이지만 간 조직을 검사해 보면 염증이나 섬유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e항원 양성에 DNA 농도가 매우 높고, ALT는 정상인 보균자들 가운데 30% 정도는 간에 손상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똑같은 면역 관용기라 하더라도, 보균자의 연령이 높을수록 간에 가해지는 손상은 더 클 수 있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ALT가 정상이니 바이러스 증식도가 높더라도 별 이상 없겠지"라고 방심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양인에 비해 한국인이나 중국인 보유자들은 태아 때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농도가 가장 높은 면역 관용기의 시기 또한 서양인에 비해 훨씬 길므로, 바이러스로 인한 간의 손상 또한 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사람마다 각기 다르지만, 20~30년의 면역 관용기가 끝나면서 제2단계로 접어드는데 이때가 면역 활성기, 혹은 면역 제거기이다. 이 시기에는 바이러스와 체내 면역 기관과의 평화 공존이 끝나고 전쟁에 돌입하여 서로 싸우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ALT 수치는 높이 상승하며 간에 손상이 갈 수 있다. 이러한 싸움이 빨리 끝나면, e항원은 상실되어 자연 혈청 전환(e항원이 상실되고 e항체가 생김)이 이루어지고, DNA 농도도 만 단위 이하로 떨어진다. ALT도 정상 수치로 내려앉는다. 이때가 제3단계인 비증식기이다.



물론 사람마다 제2단계의 시기는 각기 다르다. 이런 면역 활성 기간이 길면 길수록 간에 손상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반면, 면역 활성기가 짧을수록 간에 별 손상이 없이 비증식기의 단계로 들어간다. 만약 제2단계가 길었다면 이는 바이러스와 면역체와의 전쟁이 오래 지속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기간 동안 ALT 수치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간에 지속적인 손상이 갔을 것이다. 반대로 이 전쟁이 비교적 짧았다면 이는 비교적 간에 큰 손상이 가지 않고 빠른 시일 안에 비증식기 상태로 이어졌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제3단계인 비증식기에는 바이러스의 증식이 매우 저조한 편이며, ALT는 대개 정상 수치를 보인다. 이때 간에는 큰 손상이 없는 편이지만, 이전에 면역 관용기와 면역 활성기를 지나며 간에 어떤 손상이 가해졌는지에 따라 손상 정도가 결정된다. 다시 말해, 위에 언급한 면역 관용기와 면역 활성기에는 바이러스가 활동성이고 제3단계에는 비활동성이라고 구별할 수도 있다. 여기서 '활동성'이란 바이러스의 증식도에 기준을 둔 말이다. 이렇게 제3단계는 e항원이 상실되고 혈중 바이러스가 많이 검출되지 않는 비교적 비증식기 상태인 '휴전' 상태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자연 발생 변종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는 더러 비증식기를 지나 제4단계인 바이러스 재활성기에 돌입하게 된다. 제4단계에서는 변종 바이러스가 활성화되어 바이러스 복제가 증가된다.

재활성기에서 나타나는 바이러스의 농도는 e항원이 양성인 면역 관용기 때보다는 낮지만, 충분히 간에 손상을 입힐 정도의 용량이므로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이로 인해 간의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를 본다. 즉, 변종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는 보균자에게는, 바이러스로 인한 간의 손상은 면역 활성기와 면역 관용기에서만이 아니라 재활성기 때에도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재활성기를 거친 다음에도 또 다시 비증식기로 돌아갈 수 있다. 이렇게 비증식기인 상태에는, 바이러스 증식도 높지 않고 ALT 수치도 상승되어 있지 않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 오면서 간에는 벌써 큰 손상이 가 있는 경우를 본다. 과거에는 이러한 비증식기에 있는 환자를 보고, ALT 수치도 정상이니 "당신은 건강 보균자"라고 잘못 진단한 경우가 많다. 감염 시기의 단계성을 생각할 때, 한 가지 유의할 것은 감염 단계 구조는 직선적이라기 보다는 양방향적인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즉 제4단계에서 제3단계로, 제3단계에서 제2단계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의 감염 상태를 진단할 때는 총체적인 검진 결과가 필요하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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