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숙제
지나가는 언어가만나자고 부른다
계절 하나가 걸어가고
뒤따라가 말을 건네려다
사람 사이에서 놓쳐버리는
언어가 충돌하는 이상한 거리
많이 부딪치고 그만큼 헤어지는
혼자 좋아하다 그저 싫어지는
따뜻하면 봄이라고
마음대로 읽어버린 시간에
꽃이 없다 하여
책을 덮으며 실망하다가
흘러내린 글자 하나를
소중하게 건져 올린다
늘어놓은 글씨들은
저 가고픈 대로 가고
남자와 여자는 저쪽에 있어
여전히 연애를 모르는 숙맥에게
숙제로 남는다
안성남 / 수필가·베이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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