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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팬데믹과 우리의 신앙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을 합니다. 그 경험은 삶의 지혜가 되기도 하고, 또 삶의 깊은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연륜이라고 합니다. 현 세대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상황에서 삶의 연륜이 우리에게 주는 지혜는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신앙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생각해봅니다.

지난 3월 뉴욕주는 록다운(Lockdown)으로 사회 전반이 통제되고 필수 비지니스를 제외한 모든 비지니스가 문을 닫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를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중국 사람이나 우리는 이미 고국의 뉴스를 접하고 있어 그 심각성을 일찍 감지 하였지만 미국의 대다수 국민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 후 감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문을 닫았을 때는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생명을 잃은 후 석 달이 지나 파더스데이(Father’s Day)를 앞둔 지금 우리의 상황은 그리 좋아지기 보다 오히려 이 비현실적인 현실에 적응해 나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현실에 적응해 갑니다. 바이러스와 당분간 공존해야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 전대미문의 세계적 팬데믹에서 우리 사회는 통제되고 경제활동도 제한되고 개인의 자유도 자연스럽게 통제되고있는 상황에서 각 종교 모임도 제한되었습니다.



어느 주일 오전 텅 빈 교회를 둘러보며 학창시절에 등산을 하며 들렀던 깊은 산속 아무도 찾지 않은 작은 암자에서 느꼈던 한적함 고독함을 느꼈습니다. 주일 오전에 성당이 이런 상황에 당면 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주님께 묻습니다.

“주님,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주님, 지금 무엇이 문제입니까?” “주님, 저희가 지은 죄가 도대체 얼마나 큰 것입니까?” 등등 답 없는 질문을 혼자 주절거리며 하늘을 보고 한 숨을 쉽니다.

이렇게 안개 속같은 상황에서는 두려움에 싸여 서로 탓을 하기보다 우리 모두가 함께 극복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광야를 40년간 헤맨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영도아래 함께 갔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함께 더불어 갈 때 절망이 아닌 희망이 보입니다. 그 희망은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인류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분[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마태오 5: 45) 단지 다른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 말씀에 따르는가 그렇지 않는가 입니다.

지금같이 많은 것이 통제되어 불편하고 답답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때에는 자기 사랑을 넘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한 사랑이 어느때 보다도 절실합니다. 그 사랑은 단순히 염려하고 걱정하고 질타하는 사랑이 아니라 사소한 일에도 응원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자비와 배려입니다. 나아가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보여주신 “섬김의 사랑”이 절실한 때입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건강 문제로 인한 고통’ ‘정신적인 고통’ 그리고 ‘경제적 고통’에 힘들어 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단순히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으로부터의 자유롭기 위해 고분분투하면서 좀 더 힘든 이웃을 돌보는 마음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한산하고 조용한 성당 주변을 둘러보다 빈 성전에 들어가 잠시 기도를 드립니다. “사랑의 원천이신 예수 성심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김문수(앤드류)/성바오로 정하상 천주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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