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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몰려오고 테러범 활보…솅겐조약<유럽 국경 자유 왕래> 딜레마

26개국 여권·보안검사 절차 생략
프랑스 열차 테러범 관리에 실패

수십만 중동 난민 그리스로 유입
마케도니아, 최근 국경 통제 백기
EU 관문 헝가리 장벽 설치 비상


유럽 대륙 국가들의 상당수는 국경이 개방돼 있다. 프랑스.독일 등 26개국은 국경을 건너도 여권이나 보안 검사를 받지 않는다. 일단 그 지역 안에선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다. 폴란드에서 포르투갈의 끝까지 4000㎞안에서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다. 2007년 12월 발효된 솅겐 조약에 의해서다.

유럽이 그러나 국경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우선 2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탈리스 고속열차에 총격전을 시도했던 아윱 엘 카자니(26)의 행적에서 확인된 위협 때문이다.



모로코 출신의 엘 카자니는 스페인에서 7년간 합법적으로 체류했으며 벨기에.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에서 살았거나 여행했다. 모두 솅겐 지역이다. 스페인에 거주할 때 현지 정보 당국이 주시한 이슬람 사원에 드나들었고 지난해엔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갔다가 석 달 전에 돌아왔다고 한다. 스페인 정보 당국은 이를 프랑스.벨기에와 공유했다. 엘 카자니가 올 1월 프랑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벨기에에서 검거됐던 테러조직과 연계됐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도 엘 카자니는 자유롭게 이동했다. 브뤼셀의 미디역에서 200명을 살상하기에 충분한 AK-47 자동소총과 자동 권총 각 한 정 탄창 9통을 갖고 열차를 탔는데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의 정보기관에서 주목했던 용의자가 유럽을 활보하며 총격 사건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나 국경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폭발적으로 수준으로 유입되는 난민 문제까지 겹쳐 있다.

최근 에게해-그리스 노선을 통한 난민이 대폭 증가 추세다. 에게 해가 상대적으로 건너기 용이하다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 16만 명이 그리스에 도착했다.

그리스는 솅겐 지역이긴 하나 서유럽과는 동떨어져 있다. 일종의 '섬' 같은 지역이다. 난민들은 사실상 국가 부도 위기에 빠졌던 그리스에 잔류하거나 그리스를 통해 서유럽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육로를 통해 북상하는 길을 택한다. 비솅겐 지역인 마케도니아.세르비아를 거쳐 솅겐 지역인 헝가리로 간다.

길목에 있는 마케도니아는 그간 국경을 통제했으나 23일 '백기'를 들고 국경을 개방했다. 지난 2주간 매일 3000명씩 국경을 넘었다고 한다.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는 어찌 보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이 아니다. 난민들의 통과 지역에 불과하다. 난민을 적극적으로 막을 의지가 없다는 얘기다. 마케도니아가 난민들의 세르비아 이동을 위해 버스.열차를 증편한 게 그 예다. 시리아 출신인 압둘라 빌랄(41)은 "마케도니아 경찰이 '마케도니아에 온 걸 환영한다. 열차와 버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데일리 텔레그래프)고 전했다.

난민들이 이처럼 '집단 이주'에 나선 건 헝가리가 난민 유입을 막겠다며 국경 175㎞에 장벽을 세우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달 말 완공 전에 헝가리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일단 헝가리로 진입하면 그 다음엔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대부분 난민에게 관대한 독일.스웨덴 등 EU 국가 중에서도 잘 사는 국가로 몰린다. 독일이 연내 난민 신청자가 8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 적도 있다. 역시 솅겐 조약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솅겐 지역 내에서도 더 잘사는 국가들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솅겐조약(Schengen Agreement)=유럽 국경 자유 왕래 협정. 공통의 출입국 관리 정책을 적용해 국경 통과 시스템을 간소화하는 내용의 조약이다. 1985년 프랑스.독일.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 5개국이 룩셈부르크의 솅겐에서 조약을 처음 조인했다. 현재 26개국이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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