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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지질학자,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도 큰 지진 날 수 있다"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6/10/06 미주판 5면 기사입력 2016/10/05 21:20

백제(서기 89년) 때 집 무너져 사람 숨져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8일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면 백두산 천지 주변 지각이 깨질 수 있고 그 틈을 타고 마그마가 올라와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8일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면 백두산 천지 주변 지각이 깨질 수 있고 그 틈을 타고 마그마가 올라와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밑으로 추가령지구대 지나가
선조들이 조심하라고 알려준 것

경주서 건물 무너져 숨진 지진 4번
대지진 나는 활성단층 분명히 있어

인근 원전, 불안하다 할 수도
안전하다고 할 수도 없는 상태

하늘의 기상 예측도 틀리는데
땅밑 지진 예측은 거의 불가능


1983년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원자력발전소를 집중해 건설해 놓은 고리 부근에 활성단층이 지나간다는 서울대 교수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기화(75) 서울대 명예교수다. 그때까지 학자들은 한반도엔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 논쟁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 교수의 주장이 입증됐다.

이 교수는 '삼국사기' 등에 나오는 지진 기록을 분석했다. '계기 지진'과 대비되는 '역사 지진'이다. 경주에서 큰 지진이 10여 차례 발생한 기록이 나온다. 779년 3월에는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나 집이 무너지고 100여 명이 죽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이 지진의 규모가 6.7이었다고 추정했다.

지난달 28일 본사를 방문한 이 교수에게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지부터 물었다.

"전 세계적으로 지진에서 안전한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크고, 자주 발생하느냐죠."

-경주 지진의 원인은 뭡니까.

"캘리포니아.일본.칠레는 판 경계에서 지진이 발생합니다. 우리는 유라시아판 안에 들어 있어요. 일본 동쪽부터 유럽까지 광대하게 걸쳐 있지요. 이렇게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판 구조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일반적 해석은 히말라야에서 인도판이 북동쪽으로 유라시아판을 밀고, 일본 해구에서는 태평양판이 북서쪽으로 유라시아판을 밉니다. 압축력이 우리 한반도에는 동서로 작용하게 되죠. 활성단층이 계속해 깨지면서 지진이 납니다. 이번 지진도 양산단층이라는 활성단층이 있어서 거기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겁니다."

-어떻게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고 판단하셨나요.

"78년 원자력발전소 부지 조사 보고서를 검토했습니다. 거기에 조선총독부 시절 일본 사람들이 모아놓은 역사 자료도 있었어요. 그걸 보니 경주에서 건물의 피해를 주는 지진이 한 10회쯤 발생했고, 그중에서 건물이 무너져 사람이 죽은 지진이 네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주를 통과하는 활성단층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걸로 단정할 수 있나요.

"지질학적으로 큰 지진은 큰 단층에서 납니다. 경주에서 사람이 죽은 큰 지진이 나기 위한 큰 단층이 필요한데, 그게 양산단층입니다. 발전소를 짓기 전에 지질 조사를 하고 활성단층을 피하는 게 원칙인데 잘 몰라서 그냥 지었어요."

-원자력발전소들은 안전합니까.

"내진 기준에 따라 만들었는데, 원자력발전소라면 규모 6.5 정도는 견딜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7.0까지도 견딜 수 있게 만듭니다. 원래는 말이죠, 발전소 내진 설계는 발전소 지반이 흔들릴 때 생기는 최대 가속도를 기준으로 설계합니다. 다시 말해 설계 기준이 규모가 아니라 0.2G, 0.3G입니다. 일부 옛날 발전소는 기준이 0.2고, 새로 짓는 건 0.3입니다. 중요한 건 우리나라에서 큰 지진이 났을 때 거기에 맞는 가속도 값을 정확히 몰라요. 과거 큰 지진이 났지만 그때 가속도 값을 측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못 쟀습니까.

"규모 5.8은 너무 작습니다. 세계적 평균치가 6.5 규모라면 0.2G, 7이면 0.3G인데 이게 한국에 맞는지는 알기 어려워요."

-안전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말씀이네요.

"불안하다 할 수도 없고, 안전하다 할 수도 없고…. 지진 가속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딱히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지진이 얼마나 자주, 어느 강도로 발생할 걸로 보십니까.

"판 경계 지진은 규칙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판 내부라 굉장히 불규칙해요. 15~18세기는 굉장히 빈번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을 시작한 것은 1905년 일본 총독부 기상청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45년까지 데이터 320개를 남겼다. 63년 미군이 인천에 지진계를 갖다 놨고, 본격적으로 지진계가 갖춰진 건 78년 홍성 지진 이후다.

"젊은 지진학자들이 옛날 것을 안 보려 해요. 계측한 것은 보기 편하죠. 하지만 추정작업을 하는 건 싫어합니다. 무시하죠. 경주 지진의 가장 큰 교훈은 역사 지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역사서의 간단한 기술로 어떻게 진도를 추정합니까.

"역사서에 나오는 게 2200회 되는데, 어디어디에서 지진을 느꼈다고는 안 나옵니다. 그것을 제가 과학적으로 진앙과 진도.규모를 적어 넣는 과학적 절차를 만들었습니다. 미국 지진학회에서 인정해 출판하고, 그 업적으로 제가 상을 타고…."

-북한 핵실험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북한 핵실험 규모가 5.0인데 너무 작습니다. 양산단층을 활성화시키기에는…. 그건 성립이 안 됩니다. 중국 사람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 핵실험 영향으로 천지 주변에 지각이 깨질 수 있습니다. 그 틈을 타고 마그마가 올라와 백두산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규모 5.8에 비해 피해가 적었는데.

"이게 재미있습니다. 홍성 지진은 규모가 5.0인데 진도는 8이었어요. 경주 지진은 규모는 5.8인데 진도는 6이었죠. 지진이 깊은 곳에서 나서 그렇습니다. 기상청 목록에 깊이는 안 나옵니다. 기상청 지각 구조 모델이 우리나라에 맞지 않아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걸 바꾸고, 가능하면 진앙도 발표해야 합니다."

-양산단층이 170㎞이고 이게 한꺼번에 무너질 때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한다고 하셨는데, 그럴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가요.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처음에 양산단층을 조사할 때 길이가 170㎞이기 때문에 '단층이 한꺼번에 깨진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7.8이다'고 한 거죠. 이 문제를 깊이 보니 전 세계 모든 활성단층이 몇 개씩 조그만 블록으로 나눠져 한 조각에서 난 지진은 그 조각만 깹니다. 옆으로는 안 가고. 양산단층은 세 개의 조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북부는 5.8, 중부는 6.7, 남부는 6.4 정도입니다. 경주는 중부죠."

-단층 지도가 안 돼 있다고 들었는데.

"거의 안 돼 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어려운 게 큰 지진이 났으면 활성으로 알 수 있는데 지질학자들이 그걸 보려면 단층을 파 가지고 제4기 지층이 움직인 걸 봐야 해요."

-지진을 예측할 수 있습니까.

"거의 불가능합니다. 대기 중에 관측기구를 띄우고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일기예보도 많이 틀립니다. 그런데 땅속은 들여다볼 수 없잖아요."

-조기 경보는 가능한가요.

"그건 필요합니다. 지진이 나서 10초 안에 전국적으로 알리자. 기상청이 그걸 목표로 하는데, 그건 투자하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역사 지진 연구는 해외에서도 많이 하나요.

"중국.일본에 엄청나게 많습니다. 지진을 분석할 만큼 기계가 발명된 게 20세기 초로 100년밖에 안 됩니다. 그 이전 2000년간의 기록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거기에 역사기록이 있는 거죠."

-역사 지진에서 관심을 끄는 건 뭡니까.

"서울이 문제가 됩니다. 89년 6월 백제 때 서울에서 지진이 나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죽은 기록이 있습니다. 서울 밑에 큰 단층이 지나간다는 이야기죠. 그건 기록이니까. 그건 백제 선조들이 서울을 조심하라고 알려준 겁니다. 서울도 조심해야 합니다. 추가령지구대가 서울을 지나고 있어요. 조사가 필요합니다."

-다른 특이한 사례는.

"1643년 평안도 상원에서 발생한 지진은 군발(群發)지진이었어요. 거의 1년 동안 계속됐어요. 아주 이상한 현상인데 앞으로 지질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겁니다."

대담=김진국 대기자

정리=윤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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