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문학동네] 미완성
잘못된 비행으로 유리 벽에 부딪혀 추락하는 순간에도
날개에서 튕겨 나온 그의 깃털
안간힘으로 허공에서 파닥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풀은 스스로 동맥을 끊지 않는다
잘려 토막 난 줄기를 포기하지 않는 뿌리
상처가 생존의 조건 아니면
굳어버린 시멘트 바닥을 뚫고
여린 새싹을 내밀진 않을 것이다
거미는 무모하게 목을 매지 않는다
거꾸로 매달려 집 나간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가 열어 놓은 수많은 창을 보라
아침 햇살을 받아 믿음으로 반짝이지 않는가
미완성으로 피어나는 꽃잎
혼신을 다해 가꾼 꽃 마음에 차지 않아
별을 보며 탄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망하는 꽃은 어디에도 없다
새 한 마리, 풀 한 포기, 작은 거미의 꿈
모자람이 희망을 키우는 것
흠집 난 꽃잎은 내일도 피어날 것이고
원망스런 별 하나쯤 가슴에 품고도
누구나 오늘을 웃으며 산다
-최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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