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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학동네] 미완성

최재준 시인 /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최재준 시인 /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새는 몸을 던져 목숨을 끊지 않는다

잘못된 비행으로 유리 벽에 부딪혀 추락하는 순간에도
날개에서 튕겨 나온 그의 깃털

안간힘으로 허공에서 파닥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풀은 스스로 동맥을 끊지 않는다



잘려 토막 난 줄기를 포기하지 않는 뿌리

상처가 생존의 조건 아니면

굳어버린 시멘트 바닥을 뚫고

여린 새싹을 내밀진 않을 것이다

거미는 무모하게 목을 매지 않는다

거꾸로 매달려 집 나간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가 열어 놓은 수많은 창을 보라

아침 햇살을 받아 믿음으로 반짝이지 않는가

미완성으로 피어나는 꽃잎

혼신을 다해 가꾼 꽃 마음에 차지 않아

별을 보며 탄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실망하는 꽃은 어디에도 없다

새 한 마리, 풀 한 포기, 작은 거미의 꿈

모자람이 희망을 키우는 것

흠집 난 꽃잎은 내일도 피어날 것이고

원망스런 별 하나쯤 가슴에 품고도

누구나 오늘을 웃으며 산다

-최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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