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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블랙 필름’ 흥행의 이유

허문희 인턴기자
허문희 인턴기자 

[샌프란시스코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3/06 11:40

블랙팬서의 흥행이 심상치 않다. 마블의 새로운 이 흑인 히어로는 북미 개봉 3주 만에 5억 달러 수익을 달성하며 전세계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일 오스카에서는 인종주의를 다룬 영화 ‘겟아웃’이 각본상을 받았다. 겟아웃 각본상의 주인공 조던 필레는 흑인으로써는 최초로 오스카 각본상을 수상했다. 변화는 작년 백인들만의 축제(#OscarsSoWhite)였던 오스카에서 흑인 성소수자의 성장영화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하는 반전을 이뤄내면서부터 시작됐다.

이 반전드라마의 바통을 이어받은 블랙팬서는 가상의 아프리카 국가 와칸다를 배경으로 하는 흑인 히어로 영화다. 일단 외피는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닌 이유는 인종과 젠더 같은 이 시대가 안고 있는 가장 뜨거운 이슈들을 정면으로 들이밀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팬서라는 이름은 흑인 저항운동의 역사와도 연결된다. 1966년 당시 오클랜드에서 백인의 탄압에 저항하는 흑인 운동을 이끈 조직이 바로 ‘블랙팬서당’이다. 영화는 1992년 오클랜드에서 시작한다. 1992년은 흑인 청년 로드니 킹 체포 당시, 부당한 폭력을 행사한 백인 경찰들이 무죄로 풀려나 흑인폭동이 일어났던 해다. 이들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폭력 운동을 실패로 평가하고 흑인 인권을 위한 무장 운동을 주장했다. 여기서 온건파 티찰라는 비폭력운동을 주장했던 마틴 루터 킹을, 강경파 엔조부는 급진적 흑인해방운동을 이끈 말콤 엑스를 대변한다.

하지만 이 흑인 영웅은 이러한 대립 속에서 반대편을 포용하는 동시에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세운다”는 의미심장한 쓴소리를 날리기도 한다. 이러한 메시지가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언제나 힘있는 자들의 논리 속에서 세계 평화를 이야기했던 마블의 히어로 영화가 비주류의 입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종적 다양성도 버무려지며 여성캐릭터의 역할에 많은 비중을 두는 섬세함도 잊지 않는다.

시대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또 다른 문제 의식을 던지는 이 영화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은 트럼프 정부 이후, 심해진 인종문제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블랙팬서가 영화를 넘어선 하나의 사회운동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타임지는 “블랙팬서의 존재가 현 정부에 의해 야기된 문화·정치적 퇴행에 맞선 또 다른 저항의 형태”라고 평가했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은 “다양한 배경에서 자란 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닌 영웅이 될 수 있게 용기를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작았던 ‘미투’의 시작이 전세계로 번졌던 것처럼 흑인 사회를 넘어 미국 내 소수자 사회의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 낸 블랙팬서의 성공이 또 다른 블랙팬서, 그리고 그를 넘어선 또 다른 여성영웅, 아시안 또는 라틴 영웅의 탄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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