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비정규직’ ‘유학생’… 미투의 사각지대
신분 약점 이용해 나쁜 짓
“이민법과 별개, 법적 대응 중요”
작년 여름, LA 라브레아의 한 일식당에서 일하던 유학생 A(21)씨는 업주로부터 몹시 언짢은 일을 당했다. A씨는 “사장(업주)의 거듭되는 호출에 식당 뒤에 있는 사무실로 불려갔는데 그곳에서 사장이 수 차례 몸을 만졌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당시 A씨는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고할 생각보다는 신분에 불이익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결국 어딘가에 도움을 호소해 볼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일을 그만둬야만 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불과 한 달 전, 리버사이드에 있는 한 업체의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는 B(25)씨 역시 불쾌한 경험을 해야했다. B씨는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가 서툴러 자신을 향한 다른 남자 직원들의 성적인 농담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거듭됐고, B씨는 그 농담이 유사 성행위를 뜻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B씨 또한 이런 사실을 회사에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계약직이라는 처지를 고민한 끝에 문제 제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처럼 유학생 등 비정규직 종사자들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관련된 경험을 하고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불안정한 신분’ 탓이 가장 크다. 대응 매뉴얼이 갖춰져 있는 회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이를 폭로해서 일이 잘못되면 직장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과, 계약이 해지되는 즉시 미국을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법 전문 김해원 변호사는 “성희롱·성추행 문제는 이민법과는 별개로 다루어지며 이로 인해 신분에 영향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이와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신고 혹은 민·형사 소송을 통해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문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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