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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방귀끼는 소년

조소현/제1회 텍사스 한인예술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나의 미국 알아가기는 내가 현재 인턴쉽을 하고 있는 덴버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뤄진다. 이 초등학교의 4학년 과학 교실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다. 멘토 선생과 인사를 하고, 그녀의 과학 수업 시간에 나는 조용히 교실 뒤편에서 그녀의 수업을 관찰한다. 뭔가 기록할 것이 있으면 컴퓨터로 조용히 타자를 치고, 가끔씩 4학년 학생들이 무엇을 쓰는지, 제대로 안 하고 있으면 ‘어서 기록을 하렴’ 하고 살짝 재촉하기도 한다. 솔직히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좋아하느냐고? 그건 일단 선생이 되고 나서 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성인이 되어 다른 나라에서 밥벌어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공부이기에 나는 더욱 진지하고 절실해 질 수 밖에 없다. 최소한 내가 할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오늘도 나는 낡은 초등학교 건물로 향한다. 그런데 그 소신이 몇 초간 흔들리는 일이 생겼다. 그것도 다름아닌 구린내 나는 방귀 한 방 때문에.

인턴쉽 2 주차로 어제 교실에 들어가서 있었다. 멘토 선생이 살짝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이, 한 4학년 학생이 내 근처로 왔다. 나는 이 교실의 뒷편에 있는 탁자에 앉아 있기에 학생들이 굳이 내 쪽으로 올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 학생은 굳이 내 쪽으로 오더니 뿌앙하는 내 귀에 상당히 큰 방귀소리를 뿜어내고는 자신의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도망가 버리는것이 아닌가. 하아! 저 자식이….. 이 상황을 어찌하나 생각을 하는 순간 벌써 이 아이는 친구들에게 가서 낄낄대며 이 상황을 자랑삼아 말하고 있었다. 하아… 내가 사학년 한테 밀리는것인가…. 나 선생도 못해보고 또 미국서 좌절하는것인가… 별로 하지 않아도 될 생각들까지 방귀와 더불어 혼란하게 내 머리속을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땡! 하고 하교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이 교실의 스무명 남짓되는 학생들이 모두 교실 밖으로 나가서 복도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나 또한 컴퓨터와 노트를 챙겨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그때 ‘이 상황을 그냥 넘기면 안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든지 첫 인상이 중요하고 첫 관계가 그 관계의 많은 부분을 차지 하지 않던가. 나는 그 학생에게 다가갔다. “What is your name?” 탐이랜다. “Do you think what you did to me was fun?” “No.” 오. 다행이다. 만약 이 친구가 더 삐딱하게 ‘아니오~. 내가 뭘 잘못했는대요?” 라고 말했다면 정말 멘붕이 왔을터인데, 그나마 자기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 “Can you apologize to me?” “미안해요.” 그제서야 내 주변을 둘러싼 악취가 스스르 사라지는것 같았다.

우리는 다 함께 일층으로 내려갔다가, 나와 멘토 선생님은 다시 이층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나는 별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맞는지 13년차 경력의 멘토 선생에게 물어봤다. 내 이야기를 듣더니 “잘 했네요. 탐은 조선생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일부러 그런거에요. 애들한테는 약간 그런 성향이 있어요. 이 선생의 선이 어디까지인지, 나(학생)의 행동을 어디까지 봐 줄건지를 테스트하죠. 조선생의 반응은 잘 한겁니다.” 아, 나의 대응에 칭찬까지 받을 줄이야. 그리고 나는 정말로 몰랐다. 4학년 학생들이 나를 그런 식으로 시험을 한 것인지 말이다. 앞으로도 교생 실습을 하고 교사 일을 하려면 이러한 학생들과의 줄다리기, 기싸움을 잘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방귀를 통해 배운 날이다.



조소현/제1회 텍사스 한인예술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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