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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책의 위로

책은 오랫동안 우리 삶을 풍부하게 하였습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진부해 보이는 표현부터 시작해서 책을 찬양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책 덕분에 울고 책 덕분에 웃고 책 덕분에 깨닫습니다. 지식은 말할 것도 없고 지혜를 얻는 창이기도 합니다. 그런 책이 점점 힘을 잃고 있습니다. 책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책보다 재미있는 게 많고 책보다 더 정확하게 지식을 알려주는 수많은 매체가 있기 때문이겠죠. 텔레비전이나 영화 같은 매체가 나왔을 때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우리는 쉽게 종이책의 멸망을 점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은 오히려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더 우리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출판사는 책을 더 갖고 싶게 만들고, 서점은 책과 관련한 많은 모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좋은 독서 모임이 아주 귀하게 사람을 연결합니다. 책은 이제 나의 감정을 위로하고 사람이 귀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매개가 되고 있습니다. 책의 귀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 속에서 위로를 얻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어쩌면 다른 질문으로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까요? 어떤 책은 이미 책으로 만드는 것보다 다른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경우도 있을 겁니다. 많은 시각자료가 필요한 책은 휴대할 수 있는 영상매체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글자가 더 중요한 책이어야 책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 겁니다. 물론 문자를 돕는 사진이나 그림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단, 글자가 더 중심이어야 책을 찾게 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여러 번 읽거나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은 여전히 책이 유용합니다. 책에 밑줄을 치는 이유는 무얼까요? 중요하기 때문에 책에 밑줄을 친다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은 두 번 이상 읽을 책이기 때문에 밑줄을 치는 겁니다. 메모도 마찬가지죠. 한 번 읽을 책이라면 당연히 밑줄도 메모도 필요 없을 겁니다. 다시 보고 싶어야 밑줄을 치는 겁니다. 저는 독서의 핵심은 메모라고 생각합니다. 책에다 쓴 메모는 당시의 내 감정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좀 지저분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내 다양한 생각의 모습이 책 속에는 담기게 됩니다. 가끔 제자 중에서 제 메모가 담긴 책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선생님의 메모가 담긴 책을 갖고 싶습니다.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여러 번 읽어야 하는 책과 통합니다. 천천히 읽는다는 말은 행간에서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여러 번 곱씹으면서 읽어야 하기에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몇 번씩 같은 자리를 맴돌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같은 구절을 보지만 매번 다가오는 의미는 다릅니다. 손때가 묻은 책은 그런 책입니다. 주로 종교의 경전이 여러 번 읽는 책이지요. 한 번에 말끔히 이해되는 경전은 없지 않을까요? 천천히 읽어야 경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깨달음이 올 겁니다.

책은 의외의 장면에서 우리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책은 똑같아 보이지만 나의 상태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별로 감동적이지 않았던 책이 나이를 먹으면서 새로운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나이는 세상을 향한 감정의 폭을 넓혀 놓습니다.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책은 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모든 게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에 눈물을 떨구기도 하고, 새 힘을 얻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참 고마운 위로입니다. 책이 우리 손에서 우리 마음에서 더 따뜻하게 살아있으면 좋겠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모습이 참 곱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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