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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기교보다 기본이 먼저다

자동차의 나라, 축구의 나라, 맥주의 나라, 근면 검소한 국민의 나라,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일의 대명사다.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기본을 잘 지키는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튼튼하고 빠른 자동차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속도제한 없는 고속도로(Autobahn)를 달리면서 교통사고율은 세계에서 가장 적은 나라가 독일이다. 법과 질서를 기본적으로 잘 지키기 때문이다.

필자가 독일 브레멘에서 근무할 때, 그곳엔 유독 음악전공 한국 유학생들이 많았다. 한국이 낳은 작곡가 박영희 교수가 당시에 '브레멘 국립예술대학교'의 부총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그분은 한국의 유수한 음악대학들과 친밀한 교류를 통해 한국 유학생들을 대거 환영했고, 그들의 교육을 뒷받침해 주었다. 사실 박 부총장은 한국에서보다 독일과 유럽에서 더 많이 알려진 유명한 음악가다.

그때 유학생들에게서 들은 얘기가 쇼크였다. "한국 학생들은 기교는 능한데 기본기가 약하다"라는 지적을 받고, 매일 밤 기본기 훈련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느라 고생이 많다는 것이다.



기교는 겉으로 보여주는 기술이지만 기본은 밑바탕에 깊이 묻혀 있는 근본적인 기술이며 힘이다.

왕조시대와 식민지 지배를 거쳐 온 한국은 제3 공화국이 시작되자 경제개발, 국토종합개발 등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며 압축성장을 펼쳤다. 고속도로, 항만시설, 공공시설 등의 준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속도전이었다. 새마을정신과 운동은 농촌 계몽과 개량을 가시화하여 세계적 자랑거리로 만들었다.

속도전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시되었고, 가시화는 '기초'보다 '겉치레'에 더 치중했었다.

교육은 '주관식'보다 '객관식'에 익숙했고, 가치의 평가는 '정신적'보다 '물질적' 가치가 우선시 되었다. 우리들의 의식구조에 '빨리빨리'가 자리 잡았고, 기본보다는 기교에, 원칙보다는 변칙에 더 능해졌다.

뼈저리게 아픈 세월호의 해난사고는 기본수칙을 무시했던 대표적인 실례였다. (1) 화물적재의 기본수칙을 무시한 과적 탑재와 불균형 탑재 (Over Weight & Unbalance) (2) 조류가 빠른 해협항로의 기본수칙을 무시한 과속운항과 급변침 (Over Speed & Sudden Steering Change) (3) 사고후 구조에 대한 기본적 절차 미숙 (No Rescue Procedures) 등 어디에도 기본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요즘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의 핵심소재'의 수출중단을 선언하자, 한국은 온통 반일감정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는 품질이 우수하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단연 수출 1위를 유지해 왔다.

반도체(半導體: Semi-Conductor)란 무엇인가? 도체(Conductor)는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질(구리, 철사 등)이며, 부도체(Insulator)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유리, 고무 등)이다. 반도체는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의 고체물질로 빛이나 열 등 에너지를 가하면 도체처럼 전류가 통해 가전제품의 기억장치와 비디오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반도체의 기본 핵심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온 것이다. '기본 소재는 일본에서, 기교의 완성품은 한국에서'. 이것은 기술의 전문성과 비용절감을 위해 국제적 분업경영을 해 온 것이다. 하지만 핵심소재의 공급선을 미리 다변화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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