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글] 아듀! 마이 디어 바이올린

사흘에 걸친 장례였다. 가족 성당집계가 한 번, 본 장례 미사, 그리고 그 장례 미사 다음날 코로나 델마 묘소 하관예배가 있었다.

깊이 파 둔 자리에 바이올린이 제일 먼저 손 흔들며 아래 동네로 뛰어내렸다. 그가 수시로 연주하던 자식 같은 악기였다. 뒤따라 무수한 꽃들이 환한 얼굴로 질서 있게 합류했다. 취화 순서였다.

활짝 피어 향기 떨어뜨리던 한 생애가 묻히며 작별을 고했다. 더 이상 고통 없는 하늘나라에서 안식하고 계실 선배님을 생각했다. 생의 마지막을 당당하게 껴안으시고 지나온 삶 전체를 학구열 하나로 관통하셨다. 눈가에 고이는 물기를 의식했다.

두 내외가 학교 선배이셨다. 동창 인연으로 평소에 존경하던 남편은 고등학교, 미술을 전공한 부인은 대학선배였다. 전교에서 영어와 수학 실력은 천재였다고 한다.

인류의 건강한 생태계 보존을 주장하던 환경 박사가 되어 토런스 시 190가와 크렌셔의 정유소에서 나오는 악취, 그 불쾌한 냄새로 집값이 떨어지는 악조건, 그 악취를 물리친 과학자가 바로 이중희 박사셨다. 자랑스러운 그가 88세로 타계했다.

학구열이 대단한 선배는 5년을 더 살고 싶어했다. 그게 2년 전이니깐 5년을 못 채우고 췌장암으로 투병, 3년 만에 8월 생신을 병상에서 맞았다. 과학도가 소설도 쓰고, 칼럼도 쓰고, 중앙일보 논픽션 수기 당선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도하는 창작교실에 등록해 참석해 왔다. 자수성가한 그가 췌장암으로 고통 중에 있을 때 들려준 얘기가 있다. 모교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지불한 적이 있었는데, "고맙다"란 인사가 없어 요새 젊은이는 인사성이 없노라 일침을 언급했다. 직언을 마다하지 않고 불의를 못 견뎌 하는 곧은 성품이셨다.

코로나 델마 장지는 아름다운 공원이었다. 아주 잘 관리된 경관이 친환경적이었다.

시원한 초록 잔디밭은 유가족들의 퉁퉁 부은 눈을 시원하게 해줬다. 불어오는 바람도 8월의 따가운 햇볕도 평화로웠다. 자연의 아름다운 햇살을 그 선배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가족묘소 앞에서의 하관예배 순서에는 수많은 화환들, 꽃들이 다양한 색깔과 향기를 풍기며 아래 동네로 낙화 정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꽃도 조의금도 사절이었지만 배달된 꽃은 선배의 인간관계를 설명해주는 듯 아주 풍성했다.

아름다운 곡 연주를 들려준 그 좋은 두 개의 바이올린은 제 갈 길을 갔을까? 하나는 조카가 원했다고 들었다. 가난한 음악도가 고마워할 또 하나의 바이올린…. 함께 묻어달라고 선배는 유언을 남겼을까?


김영교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