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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현 문학칼럼: 내 마음에 불어다오, 가을의 서늘한 바람아

아침 저녁으로 가을을 알리는 서늘한 바람이 느껴진다. 아, 어느덧 여름의 더위가 지나간 모양이다. 시간과 계절에는 마음이 없어 보인다. 내 마음은 이리도 욕심과 허덕임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술렁이는데 계절은 조용히 어느새 그 옷을 바꿔 입고 내 곁에 와 있다.

성공한 이민, 성공한 삶은 무엇일까? 아니, 그런데 왜 나는 이토록 ‘성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나?

우리는 모두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어쩔 땐 배가 아프다. 수천마일 떨어져 있지만 온라인상으로는 너무도 쉽게 연결되는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소식.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화려하다. 사실 나는 그 속내를 알 수 없다. 내 삶도 제대로 안 보이는데 어찌 타인의 삶을 전부 알리오. 짧은 몇 문장과 몇 장의 사진을 보면 괜히 이 머나먼 이 땅에 있는 내 삶이 초라해 보인다. 작아 보이고, 보잘것 없다. 그러다 보면 또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지는 신세한탄. 내가 여길 왜 와서…. 내가 왜 너를 만나서…… 안다.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나를 좀먹고, 내 가족의 관계에 독소 같은지 말이다. 그런데 어쩔 때는 그런 못난 마음의 질주가 꺼지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의 질주를 꺼주는 것은 안정된 일상이다. 오늘은 화요일. 내가 유일하게 큰 방해를 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날. 나는 그저 매주 내가 했어야 했으나 게으름을 피워 하지 못했던 운동을 했다.



줌바를 하다 보면 유치한 동작 같아 보이지만 그 동작은 내게 에너지를 준다. 맞다. 아무도 쳐다보고 있지 않는 것처럼 춤추라 했다. 인생의 ‘성공’은 어쩌면 너무도 나스스로 ‘타인이 바라보는 성공한 이민자의 삶’에 초점을 맞춘 단어였다.

내가 원하는 것, 소소하지만 힘이 되는 것에 집중하는게 맞나 보다. 어떤 동작은 나 혼자 마치 타인을 껴안고 춤을 추는 동작이다. 처음엔 ‘누가 이런 나를 보면 정말 머리가 돌았나? 하겠네.’ 했는데, 그렇게 누군가를 껴안은 듯 YMCA 농구장 바닥을 몇 바퀴 돌다 보면 어느 새 혼자 웃고 있다. 이런 내가 낯간지럽고 우습다. 그런데 또 거기에서 힘이 솟는다. 정말로, 인생 별 것 있을까.

그리하여 다행히도 오늘은 줌바를 끝냈다. 그리고 몇시간 뒤 또 유일하게 주 1회 가는 핫요가에 다녀왔다.

인생의 방향을 모르거나, 혹은 선택지 앞에서 흔들릴 때가 많다. 머리가 다시 복잡해 지지만, 내 일상의 중심을 버리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흔들리며 가되, 내 중심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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